대학생 주거문화 새 트렌드는? 자유&공부&편리

▲ 학생생활관에서 공부하는 김용진(관광경영 1)씨.          ▲ 자취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김영옥(피아노전공 3)씨.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대학에 다니기 위해 집을 떠난 학생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스무살 첫 홀로서기를 시작했던 대학생들은 금세 이 말이 진리임을 깨닫는다. 어떤 날에는 엄마가 차려준 밥상이 눈에 아른거려서 엄마에게 전화해 ‘폭풍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곧 수화기로 넘어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미어지는 것을 듣고 다시는 우는 목소리로 전화하지 않는 의젓함을 배운다. 풋내기 대학생이 생활의 달인이 되기까지, 어설프지만 제법 살림살이를 꾸려 나가는 그들의 ‘또 하나의 집’을 취재했다.  학생생활관, 자취방, 하숙집에 생활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각 생활의 장단점을 들여다 보자.


학생생활관, 가족만큼 따뜻한 ‘긱사팸’ 

스무살 첫 홀로서기 터전으로 새내기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곳은 학생생활관이다. 경비아저씨가 있어 자취보다 안전하고, 다양한 학과의 인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붕 아래 사는 정이 돈독히 쌓이면 룸메이트들은 믿음직한 친구가 된다. 분위기가 좋은 방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도 떤다.
 속칭 ‘긱사팸(기숙사 패밀리)’이라 불리는 이들은, 혈연, 지연, 학연보다도 든든한 인맥이 된다. 옆방에 사는 친구까지 모인 긱사팸이 한 방에 옹기종기 앉으면 방문 앞에 갈비집처럼 신발이 가득 쌓인다. 이들이 가장 단합이 잘 되는 때는 야식을 시켜먹을 때. 늘어나는 뱃살과 줄어드는 용돈에 울상이 되지만 야심한 밤 친구들이 여럿이 모이면 야식의 유혹을 참을 수 없다.
 학생생활관의 최대 단점은 통금시간이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제주시청 주변 대학로에 놀러갔다가도 통금시간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일찍 들어간다. 이런 관생들에게 후문의 호프집, 노래방은 최고의 아지트. 통금시간에 맞춰 친구들끼리 간단히 놀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외로울 것 같은 타지 생활도 학생생활관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따뜻해진다.
 김용진(관광경영 1)씨는 “룸메이트들과 한지붕 아래서 한솥밥 먹으며 살다보면 가족처럼 가까워진다”며 “가끔은 집이 그립고, 생활관이 집보다 편할 수는 없겠지만 가족 못지 않게 따뜻한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자취, 부모님 그립지만 자유로운 보헤미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청춘을 불태우는 자유로운 영혼들은 주로 자취를 택한다. 자취생활에는 통금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술자리에 가도 귀가 시간이 자유로워서 통학을 하는 학생들과 학생생활관 관생들에게 부러움을 산다.
 김영옥(피아노전공 3)씨는 “학생생활관은 일찍 문이 잠기는데 자취방은 밤늦게 피아노 연습을 하고 집에 들어가도 괜찮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자취가 좋다”고 말했다.
 요리 실력이 좋은 학생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해먹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자취생 요리에 가장 많이 사용 되는 재료는 엄마가 보내주신 김치. 김치는 찌개, 볶음밥, 각종 볶음에 쓸 수 있어 자취요리의 감초 같은 존재다. 자취생들은 요리 재료를 조금씩 쓰기 때문에 양파나 파 등은 송송 썰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냉동실에 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먹을 때에는 해동하지 않아도 쓸 수 있다. 체육대회나 MT에서 남은 삼겹살과 재료들은 자취생의 일용할 식량이 된다.
 요리를 잘 못하는 자취생은 눈물을 머금고 인스턴트식품을 먹기도 한다. 라면이나 참치, 햄, 3분 카레 등은 필수품이다. 슈퍼보다는 마트, 마트보다는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요리를 잘 못하거나 ‘귀차니즘’이 심한 학생들은 종종 밥을 굶고 다니기도 한다. 또 바쁜 학생들은 밥을 해놓고도 먹지 못해서 밥솥이나 냄비에 애완(?)곰팡이를 키우기도 한다. ‘우웩’ 소리가 절로 나지만 어쩔 수 없다. 조금씩 요리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
 경제한파로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요즘, 후문의 원룸촌에는 생계를 위한 동거가 대세다. 방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친구, 연인들이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러나 찰떡궁합이었던 친구나 연인도 함께 살다보면 가끔은 원수가 된다. 청소나 설거지, 공간 사용 등 사소한 불만이 쌓여서 한명이 짐을 싸고 집을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한바탕 싸움이 날 때면 후문의 호프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엉킨 마음을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친한 친구가 원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런점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는 자취생들도 있다. 그러나 혼자 하는 자취생활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혼자 남은 집은 무섭기까지 하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복도를 울리는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라 현관문이 잠겼는지 확인하고 베란다와 창문까지 꽁꽁 잠근다.
 또 밥통 속 마른 밥을 퍼서 입안에서 꼭꼭 씹고 있노라면 괜시리 울컥하게 된다. 혼자 떠들고 있는 TV를 벗 삼아도 너무 외로운 것이 혼자 먹는 밥상. 이럴 때면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에 따뜻한 밥을 비벼먹고 싶어진다.
 현윤정(화학공학 3)씨는 “혼자 밥을 해 먹을때나 몸이 아플때면 부모님이 많이 그리워진다”며 “그래도 힘이 돼주는 주변사람들이 있기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숙, 푸근한 아주머니의 어머니 같은 사랑 

부모님이 해주신 따뜻한 밥이 그리운 이들은 하숙을 하는 것이 좋다. 하숙집 아주머니가 해주는 따끈한 밥을 매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 끼니를 인스턴트와 외식으로 연명하는 요리 못하는 자취생들은 하숙생들을 부러워한다. 또 하숙은 청소와 빨래를 아주머니가 해주는 경우가 많아 집안일에 신경쓰지 않아서 좋다. 하숙에서는 산더미 같이 쌓인 빨래와 분투할 일도, 코를 찌르는 음식물쓰레기로 울상을 지을 일도 없다.
 이와 함께 하숙은 안전을 걱정하는 여학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끈다. 흉흉한 요즘 세상에서 자취생들은 늘 불안을 안고 살지만 하숙생들은 아주머니와 함께 사니 걱정이 없다.
 박수빈(중어중문 3)씨는 “부모님께서 자취가 위험할 것 같다고 걱정하셔서 하숙을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아주머니와 함께 사니 안심이 된다”며 “하숙은 통금시간이 없어서 학생생활관보다 자유롭고 자취보다 안전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숙은 자취와 달리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는 것이 불편하다. 아무래도 주인 아주머니의 집에서 하숙하는 것이다 보니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또 하숙집에서는 샤워실과 화장실, 부엌, 냉장고 등을 함께 써야해서 불편한 점도 있다. 특히 아침에는 화장실 대란이 벌어진다. 변비에 걸린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는 날이면 참다 참다 울상을 짓고 집밖을 뛰쳐나가는 사람도 나타난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하숙은 집 떠나 외로운 독립생활을 시작한 20대에게 따뜻함을 주는 곳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인 아주머니표 찌개에 행복한 웃음이 흘러 나오는 이곳은 하숙생들에게 또하나의 집이다.         

      

<자취의 달인, 알뜰살뜰 생활 노하우>

-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전기세, 가스비 잡기
 주머니가 가벼운 자취생에게 매달 나가는 전기세와 가스비는  무거운 짐. 안쓰는 콘센트를 뽑아두고, 가스를 쓸 때에는 가스벨브를 1/3정도 잠가둔 채 쓰면 절약할 수 있다.
-냉동실을 잘 쓰면 식비가 줄어든다
 남는 음식은 모두 돈이다. 반찬을 조금씩 해도 늘 남기 마련. 특히 밥솥에 남은 밥은 며칠만 지나면 누렇게 눌러 붙어 골칫거리가 된다. 이럴때 남은 반찬과 밥을 비닐팩에 싸서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좋다. 양파, 다진마늘 등 식재료부터 밥, 국 등 못 얼리는 것이 없다. 단, 충분히 식힌 후 넣어야 전기세가 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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