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게 생각해라”

자기만의 특성을 개발할 수 있어야

“인생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이 말은 다시없는 시간인 만큼 무모하더라도 해보고 싶은 것을 하라는 의미와 인생을 도박이나 모험에 맡기지 말고 현실에 순응하라는 의미로 중첩된다. 우리 대학생들의 고민을 양분하면 결국 이 두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가장 시대와 현실의 불협화음이 치열했던 대학시절을 보낸 김영진 동문의 대답은 “폭넓게 생각하라”였다. ‘평범한’ 모습이 더 매력있는, 그래서 사회의 수레바퀴 한 축을 맹렬히 돌리고 있는 동문이 그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요. 입학년도로 20년 전의 우리 대학분위기와 생활은 어땠는지요.
“한마디로 과도기였죠. 83학번인데, 교복을 마지막으로 입었던 세대이며 마지막 학력고사를 치른 세대입니다. 동아리 활동은 그리 깊이 있게 하지 못했었는데, 봉사활동을 하는 ‘로타렉트’를 창립했던 기억도 납니다.
군대 제대 후엔 영어와 일본어 공부를 하느라고 시간을 보냈어요. 당시 학생운동이 격렬했던 시대의 막바지 세대였던만큼 좋든 싫든 다 한번씩은 휩쓸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대학생들은 사회·시대에의 참여기회와 함께 극심한 취업난으로 갈등하곤 합니다. 이를테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고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선배님도 그런 갈림길에 놓여봤을텐데요.
“좋든 싫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세가 그렇게 흘렀었는데, 저는 시험기간을 비롯해서 그런 상황에 많이 놓였다고 생각해요. 항상 그런 고민들 속에서 내 행동의 답을 찾기란 어려웠었는데 현실적인 기준에 손을 많이 들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 신분에서 순수성을 좇아 사회계몽차원에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학생신분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좋겠죠. 지성인이라는 학생이 나서서 해야 한다고들 외치고 있는데, ‘자신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야 하는가’ 그것이 항상 관건이었어요. 학생들이 나서서 해결이 가능한 일이 있고, 괜한 부질없는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사회에 나가야 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꼭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참여해야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심한 부작용만 가져올 경우엔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답게’ 순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거겠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생활을 하고픈 지.
“돌이켜보면 왜 세상을 좀 더 돌아보지 못했는지…. 세상엔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고 내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왜 좁은 눈으로만 생각하고 볼 수밖에 없었는지. 정말 아쉬워요. 여유가 있다면 한 2년을 휴학하고 이곳저곳 많이 경험을 하고 싶어요.”

◆저희도 마찬가지지만 선배님도 사회진출에 영향을 주신 분들이 계실텐데요.
“두 분의 교수님이 기억납니다. 관광개발학과에 계시는 장성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으로는 학교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모습과 함께 항상 노력을 하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특히 제가 법학부의 서경림 교수님의 수업을 많이 들었었는데, 넓은 지식과 다양한 견해를 지닌 그 분의 모습을 많이 닮아가고 싶었어요. 많이 닮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요샌 박학다식, 만물박사, 맥가이버 등의 소리를 종종 듣기도 해요.(웃음)”

◆선배님이 일을 하실 때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을 텐데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일할 때 철저하게 원칙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호텔문화를 위해서라도 뭔가 하나라도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것이 제바람이예요. 그래서 일을 할 때에는 더 엄격하게 합니다. 잔소리도 많이 하고요. 하지만 일을 떠나면 형이나 오빠 같은 입장에서 헤아려주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합니다. 제주에서 인재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말도 나옵니다.
“제주 사람도 살고, 모두가 같이 사는 것이 좋을 텐데 사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인색한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는 어느 정도의 개발을 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자연을 굉장히 좋아하고, 가끔은 그 자연 속에 묻혀서 지내는 욕구도 강하지만 어느 정도의 자연에 대한 인위적인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5.16도로를 지나다 사고가 날뻔 한적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도로이긴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의 자연은 사람들을 이미 식상하게 만드는 포화상태인데, 아름다운 환경을 더욱 만끽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생각한 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주대 재학생뿐만 아니라 제주 청년들의 상실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물론 취업과 관련한 청년실업이 크게 작용한 탓이겠지요. 그래서 우리 후배들은 선배님들의 역정과 발자취를 통해 희망을 찾으려 합니다. 우리 후배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워 주신다면?
“제주도에도 자리는 많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점차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고, 더 많은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중요한 것은 본인이 자기 능력을 얼마나 개발하느냐에 달린 것이지요. 모두다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특성과 개성을 살릴 수 있어야 하겠죠.
그런 의미에서는 저는 ‘제주 와인의 향기’라는 와인카페를 만들고, 관공서나 관광대 같은 여러 곳에 와인 강의를 함으로써 와인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노력중입니다. 이게 나만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폭넓게 생각하세요. 한가지만 보지 말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박학다식한 사람이 돼야 그 누굴 만나게 되더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는 게 풍부하다는 것은 언제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요 약력>
1964 서귀포 영천동 출생
1990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졸
1990 해임 인터내셔널 근무
1991 파라다이스 호텔 근무
1996∼1999 제주칼호텔 연회장 지배인
1999∼현재 베버리지 지배인(Beverage manager)
2001∼현재 제주칼호텔노동조합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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