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연례 기획으로 제주대신문사에서 ‘총학중간평가’를 실시한다.  인터뷰를 통해 공약이행 사항과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신문을 통해 알린다. 올해는 일만아라의 의견을 더욱 반영해 보자는 취지로 600부 가량의 설문지를 제작배포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는 무조건 학생회를 ‘비판하자’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생회에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교로서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학생회가 이행한 공약들을 설문지 내용에 포함시켜 어떤 공약이 있는지 동시에 알려주고 싶은 생각도 컸다.

 지난주 제주대신문사에서 학생자치기구와 관련해 설문지를 통한 중간평가를 실시했고, 필자는 총학생회의 상반기 예·결산 관련 취재를 다녔다. 이 두 개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선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총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의 ‘예·결산 내용을 신뢰하냐’는 질문에 각각 43.7%, 30.4%, 32.3%, 31.7%가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각각 68.7%, 72.3%, 65.5%, 59%가 ‘예산 사용 내역 공개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기타 의견으로 ‘학생회 하면 대대로 해먹는다는 소문이 있어서’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보이지 않는 정보에 학생들은 전반적인 분야에서 그들에게 낮은 점수를 매겼다.

 총학생회 예·결산과 관련해 구체적 정보를 얻기 위해 영수증 공개를 요청했으나 소통하겠다던 똑똑똑 총학생회의 정호준 사무국장은 “이미 감사가 끝난 것인데 왜 영수증을 보여줘야 하냐”며 “보여줄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이들의 성벽은 높고 단단한 것이라 총학생회 회장을 만나는 절차도 까다롭다. 총학생회 회장에게 전화하면 우선 받지 않는다. 사무실에 찾아가면 미리 만나는 약속도 안정하고 오는 경우가 어딨냐고 호통을 친다. 정호준 사무국장은 “총학생회 회장과 만나고 싶으면 직인과 시행번호를 찍어 공문을 작성하라”고 한다.

 지금의 제주대 총학생회를 보면 함부로 접근해선 안될 정보처럼 보이지만 타대학의 경우 학생회 공약이나 예산과 관련해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북대 총학생회는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공약을 올려놓고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날짜와 내용을 세세하게 명시하고 공약 이행률을 표시해, 학우들이 공약진행사항을 알기 쉽게 했다. 결산안과 관련해 전북대 총학생회 구준회 학생복지국장은 “학보사에는 모든 영수증을 복사해 제공하고, 학우가 영수증 공개를 요구할 때 보여주는 것이 학생회의 의무 중 하나 아니냐”고 말했다.

 부산대의 경우, 총학생회가 사용한 내역의 영수증을 스캔해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린다. 부산대 총학생회 정수범 학원자주화추진위원장은 “학우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공개 해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총학생회 자체적으로 영수증을 스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노력하는 이 두 대학의 총학생회에게는 학생들의 관심도 많다.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가면 학생들이 문의도 많이 하고 답변도 바로 볼 수 있다.

 똑똑똑 총학생회 홈페이지는 이와는 다른 모습이다. 법인화, 해군기지문제 등 사회문제에 대해 총학생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몇 달 전 의견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닉네임 ‘쭈쭈루루’는 6월 4일자에 올린 글에 반응이 없자 제주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총학생회를 상대로 글을 썼으나 이 역시 답변이 묵살됐다. 그렇다고 그들이 ‘메시지 주기’에 게으른 것은 아니다. 총학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아라대동제, 아라체전 등이 열리고 총학생회가 시험기간에 아침간식을 주고 이러이러한 제휴업체를 통해 할인을 제공한다는 내용은 꾸준히 알린다. 그들이 소통보다는 선전에 더 목매달고 있다는 증거다.

 소통을 하자. 수용자의 정보욕구를 묵살하고 선전만 일삼으면 ‘나쁜 이미지’를 갖게 돼도 할 말이 없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때 무성한 소문이 빚은 이미지가 아니라 투명한 이미지로서의 전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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