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제품이 아닌 철학을 파는 것

▲ 박항기 메타브랜딩 대표

제주대학교(총장 허향진)는 JDC·제주의소리와 함께 학생들에게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12월 6일까지 총 13개 강좌가 열립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브랜드(brand)는 말 그대로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이름 그 이상의 것이다. 브랜드는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이자 끊임없는 자기 존재에 대한 고민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기업은 유형의 제품 뿐만이 아니라 무형의 자산인 브랜드를 통해 메시지까지 함께 판다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브랜드라고 하면 먼저 회사나 제품 이름, 로고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브랜드는 색깔, 소리, 마니아 문화, 고객 서비스 등이 복합된 다양한 요소들의 총합이다. 또한 고정불변이 아닌 끊임없이 진화하고 퇴보하는 경제 생명체이기도 하다. BMW 자전거가 700만원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나, 디자인의 명가인 반앤올옵슨의 CD 플레이어가 초고가인 것도 브랜드를 빼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나의 브랜드 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적게는 1000개, 많게는 2000개의 후보군 가운데 고르고 골라 30개 가량을 선정한다. 로고 디자인도 200~300개 시안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10개 가량으로 압축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려운 건 고객인 기업을 설득하는 일이다. 최소 5~10년을 내다봐야 하는 일이라 그렇다. 주로 네이밍은 한 달, 컨설팅은 6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메타브랜딩에서 만든 브랜드가 SK의 ‘OK캐쉬백’, 삼성전자의 ‘하우젠’, KT&G의 ‘타임’,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전기밥솥 ‘리홈(LIHOM)’ 등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웹2.0시대의 본질은 참여, 개방, 공유다. 20세기와 21세기는 다르기에 ‘21세기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이를 증명한다. 끄떡없을 것 같았던 삼성전자도 위기를 맞고 있고, 미국 대학생들이 만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facebook)’은 세계적인 상품이 됐다. 이러한 21세기 경영환경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글로벌이나 디지털이 아닌 ‘경계 없음(보더리스.borderless)’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산업의 경계,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 제조와 유통의 경계, 국경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화장품 회사로 알려져 있던 (주)태평양은 ‘미와 건강을 판다’며 식품 경영업에 뛰어든지 오래됐다. 비타민 음료인 ‘비타500’도 음료 회사가 아닌 제약사가 만들어낸 제품이다. 제조업체가 제품 생산만 하던 것도 옛말이다. 유통업체로 알려진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직접 기획한 상품을 위탁 제조해서 판매하고 있다. 또 제조업체 삼성은 ‘디지털 멀티프라자’라는 거대한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 기업이 상대해야 할 경쟁자도 바뀌고 있다. 나이키의 경쟁자가 동종 업계인 아디다스나 퓨마라고 보는 것은 20세기적 사고다. 이들이 아닌 ‘엑스박스(xbox)’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콘솔 게임기다. 이들이 출시되면서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었다. 그래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경쟁기업들이 지금은 동지로 뭉쳐 ‘아웃도어 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라고 뜨거운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철강회사의 경쟁자는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자동차 외관 프레임을 제작하는 화학회사이다. 기존 은행의 경쟁자는 세계적인 금융기업이 아닌 수천만대의 단말기를 퍼뜨리고 있는 통신회사이다. 철강회사가 ‘우리는 철강회사만 조심하면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망한다. 기존의 산업분류표를 통해 기업을 나누는 것은 옛날식이다. 대신 ‘고객의 욕구(needs)’를 들여다봐야 한다. 사람들은 폴라로이드가 아니라 즉석에서 사진을 찍는 환경을 원했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자 폴라로이드가 사라졌다.

 미래형 브랜드에서 찾아낸 21세기형 브랜드의 특징은 확장된다는 것(entending), 상호교감적이라는 것(Interactive), 종교적인 브랜드라는 것(Symbolic),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것(experiential), 감성적이라는 것(emotional) 등이다. 이 특징들은 21세기 웹 2.0시대의 본질인 ‘참여, 개방, 공유’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느끼고, 수용한 자만이 리더가 된다. 제주도 궨당 문화는 철저히 개방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할 때는 개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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