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선거운동 안해!”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1학년 시절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던 한 학생은 거칠게 손사래를 쳤다. 선거운동 당시 선본이 운동원들에게 정책에 대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휴대폰에 있는 친구들의 연락처를 적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인맥중심의 선거운동에 실망한 그 학생은 다시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거라며 치를 떨었다. 지난 9월에는 한 선거운동본부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는 한 학생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자신의 선본을 뽑아달라는 것이었다. 선거운동기간이 아닌데도 버젓이 선거운동을 하는 연락이 왔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정작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정책’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주요공약을 묻는 내 질문에 “잘 모른다”고 답하고 이후에도 선본의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선본들은 학연, 지연, 혈연에 따라 편가르기가 되는 양상이다. 선거운동원을 모집할 때도 단과대학이나 출신 고등학교, 출신지역 등으로 편이 갈린다. 학과에서 밀고 있는 선본이 아닌 다른 선본을 지지한다고 단체 협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선거운동원 활동을 하는 것은 후보자의 역량이나 정책을 지지함에 따라 개인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대에서는 개인이 지지하는 선본이 학연, 지연, 혈연과 어긋나면 따가운 눈총과 뒷담화를 견뎌야 한다.

 사전선거운동도 문제지만, 선본들이 정책보다는 인맥을 강조하는 선거운동 방식이  더 큰 문제다. 정책과 후보자의 역량이 아니라, 인맥에 따라 투표하게 되면 진정 좋은 학생대표가 선출되기는 어려워진다. 또 당선자도 인맥을 통해 당선이 되면 정책에 대한 책임감을 덜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이에 대한 책임은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학생들은 투표에서 정책과 후보자의 역량을 바탕으로 심판해야 한다. 유권자인 학생들은 인맥이 아닌 후보자들의 능력과 역량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정책토론회 등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선거에서마저 기존의 정치판을 답습하고 정책보다는 혈연, 학연, 지연 중심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남은 선거기간 동안 선본의 노력도 필요하다. 제주대신문 860호(10월 5일자)에서 보도된 설문조사를 보면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학생 중 26.4%가 ‘학연 지연 혈연 위주 선거에 대한 실망’을 꼽았다. ‘투표 후에도 별로 달라질 점이 없을 것 같다(41.7%)’ 이후로 두 번째로 높은 응답을 기록한 것이다. 이 설문결과는 학생들이 대학의 선거문화에 대해 깊은 실망을 느끼고 있음을 대변한다. 다음 설문에서는 이와 같은 실망이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며 캠퍼스에는 이색적인 구호들이 울려 퍼지고 있다. 당선 후에도 정책 실현보다는 보여주기식 ‘구호’만 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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