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과 눈물이 있는 가치 있는 삶으로

▲ 정호승 시인

 10여 년 전에 ‘내 삶의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가 나를 이끈다’는 어느 책의 구절을 읽었다.  젊을 때는 자기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목표를 두지 않고 어떻게 험난한 삶을 이끌어 갈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강연은 시를 직접 낭독하고 시가 탄생한 배경과 내가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 나무 그늘에 앉아 /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50대 초반에 쓴 시다. 나는 자기 삶의 그늘과 눈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모든 사람들은 살아온 세월만큼 눈물과 그늘을 갖고 있지만 그 가치를 폄하시키곤 한다. 하지만 삶의 눈물과 고통은 그 자체의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다. 모두가 인생이란 땅에 항상 햇빛이 비치길 바라나, 햇빛만 비친 땅은 황폐한 사막이 돼 버린다. 내 인생이 항상 햇빛을 원한다고 해도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인생의 햇빛만큼 그늘도 중요한 것이다. 인생의 고통이란 사막화되지 않게 만드는 비바람과 눈보라이다. 내 삶의 그늘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의 그늘에 누군가 찾아와 눈물을 흘린다면 그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시를 쓰게 됐다. 나는 자녀들에게 ‘가치 있는 삶을 살아 달라’고 말한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자 소중한 가치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남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다. 절망에 부닥친 사람들을 위한 시 ‘바닥에 대하여’도 소개하고자 한다.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에 대하여’ 중에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내 인생이 바닥에 떨어졌구나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순간에 바닥에 대해 생각한 것을 옮긴 것이 이 시다. 부처가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관념이라고 말했다. 내 인생이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그런 것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란 깨달음이었다. 어느 순간 바닥은 너무나 감사한 존재가 됐다. 그 바닥이 없다면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생은 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 산 정상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러분이 정말 바닥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땅 위에 넘어진 자 땅 짚고 일어서라’는 말이 있듯이, 그냥 딛고 일어서면 된다. 시 ‘산산조각’ 역시 ‘바닥에 대하여’와 같은 맥락의 시다.

 자신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시 중 한 편이라고 했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산산조각’ 중에서)

 부처가 태어났다고 알려진 네팔 룸비니에서 사온 흙부처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면 어떻게 하나 괜한 걱정을 달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상상 속 부처가 나에게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되지’라고 말씀하셨다. 이 같이 견딜 수 없는 일들이 생기면 오늘도 산산조각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 구절을 항상 가슴 속에 넣고 다니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시는 많은 역할이 있지만 인간의 삶을 위로해주는 역할도 있다. 가장 대중적인 시로 꼽히는 ‘수선화에게’는 가수 양희은이 부른 노래 시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 시는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의 문제를 생각해보고 싶어서 썼다. 외로움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자살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견딜 줄 모르기 때문이다. 실패 없는 성공이 어디 있겠는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왜 이리 외로운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은 ‘사람이 왜 죽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혼자 외로운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다 같이 외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견딤의 힘을 키워야 한다. 오늘 소개한 시들이 고통의 청춘 속에 있는 여러분들에게 힘과 위안이 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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