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수능이 끝났던 날, 필자는 숨 돌릴 여유가 없었다. 당일 바로 ‘교차로’를 손에 쥐고 아르바이트를 알아봤다. 시급 3500원의 흑돼지 전문점 서빙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11시까지 일했다. 하루가 끝나면 현관 앞에서 곯아떨어질 만큼 녹초가 됐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등록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동생 역시 도내 모전문대학에 수시 합격 후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어린 몸으로 악착같이 400만원을 모았다. 그 돈은 고스란히 한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로 들어갔다.
 슬프지만 이 이야기는 필자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비대학생들이 수능을 마치고 흔히 밟고 있는 절차이며, 수능을 치를 도내 고등학생들의 미래다.

 며칠 전에는 삼겹살 식당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서빙을 하고 총총 뛰어가는 어린 친구를 봤다. 수능을 치른 예비대학생이었다. 땀으로 앞머리가 갈라지고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수능만 보면 자유로운 캠퍼스에서 청춘을 즐기게 될 것이라 꿈꿔 왔겠지만 막상 처음 접하게 된 사회는 무척이나 차가웠으리라.

   스스로 등록금을 번다는 예비대학생을 보며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앞섰다. 19살의 필자의 모습이 겹쳤다. 악착같이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의 차가운 이면을 접한 예비대학생들은 곧바로 경쟁의 궤도에 안착한다. 학창시절 내내 문제집에 얼굴을 파묻었던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면 토익책을 끌어안고 씨름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처지고, 먹고 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앳된 소녀들을 보며 그들이 왜 고생길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학에 지원했는지 고민해본다. 적어도 대학이 아르바이트처럼 ‘먹고 살기 위해’ 다니는 곳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시장논리와 경쟁으로 점철된 ‘대학’은 아르바이트보다도 허무한 이름처럼 들린다.

 등록금 대란과 경쟁의 수레바퀴 속에서 참다못한 대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다. 결과는 등록금 인하와 부실대학 구조조정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학생들이 왜 촛불을 들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엔 함구한 채 사회는 또다시 시장논리와 경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등록금 반값이 부분적으로 실현되는 대신 대학교육이 더더욱 시장논리에 맡겨져 공공성을 잃게 될까 걱정이다.

 앳된 청소년들이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뜨겁게 공부하길 바라는 작은 꿈이 구겨지지 않도록 교육공공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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