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로막은 벽, 그것이 내가 열어야 할 문

▲ 서진규 희망연구소 소장

제주대학교(총장 허향진)는 JDC·제주의소리와 함께 학생들에게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학생 아카데미는 지난달 6일까지 총 13개 강좌가 열렸습니다. 

누군가 ‘당신은 성공한 사람입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보통은 망설이지만, 나는 ‘성공했다’고  당당히 말한다. 꿈은 꿈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꿈은 ‘박사’였다. 1948년 경상남도 동래군의 어촌마을에서 태어났다. 노름꾼 아버지와 억척스런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인생의 고된 길을 걸어가기 위한 훈련은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 받았다. 여자아이는 집에서 허드렛일하다 시집을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어머니는 어린 나를 매섭게 때리며 새벽 밥 짓기와 한겨울 빨래를 시켰다. 엄마 밑에서 지낼 때보다 지독한 고생은 해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에도 ‘성공’을 꿈꾸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도 쓸모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박사가 되면 성공한 것’이란 학교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가 곧 인생의 목표가 됐다. 이때부터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공부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성적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졸업할 즈음엔 전교 2등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에게 있어서의 공부는 처절한 환경 속에서 나를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세상이 너를 버려도 나만은 너를 지킬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지독한 가난은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내 앞을 가로막은 벽, 그것이 내가 열어야 할 문이었다. 잡지 판매, 가발공장 여공, 골프장 캐디 등을 전전하다 22살에 미국행을 감행했다. 당시 미국에서 가정부를 구한다는 광고가 많았다. 고생을 각오한 미국행이었지만, 운좋게도 뉴욕의 유명한 한인식당에서 일하며 대학 생활까지 하는 행운을 맞았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결혼과 함께 꿈이 무참히 깨졌다. 남편의 극심한 폭력에 시달렸다. 어느 날은 잠자고 있던 남편을 죽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나를 구한 것은 딸이었다. 어느 순간 ‘아기에게 무슨 죄가 있나. 왜 살인마의 딸이라는 멍에를 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인생의 돌파구가 된 것이 바로 미군이었다. 미군에 지원할 당시 만신창이의 몸이었다. 건장한 미국 남성 200여명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 당시 딸에게 했던 맹세를 잊지 않았다.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었다. 두 달 후 미 육군을 1등으로 졸업했다. 4년 반 후엔 장교가 됐다. 중대장으로서 미군 200여명을 훈련시켰다. 그야말로 ‘역전의 여왕’이었다. 이후 미군 생활 동안 일본, 독일, 중동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특히 군인 외교가로 불리는 지역전문가 자격으로 일본에 파견됐던 경력이 자랑스럽다. 한국 여성 최초였다. 

 지난 2006년 인생의 목표였던 하버드 박사 학위를 따냈다. 당시 나이 59세. 박사 학위 도전 16년 만이었다. 지금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한국 대통령, UN 사무총장 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미국 국무장관이다. 통일이 됐을 때 미국의 협조 없이는 힘들 것이다. 평화적으로 통일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미국 국무장관을 꿈꾸고 있다.

 나는 주어진 현실에서 한 번도 낙오하지 않았다. 그것은 유일한 나의 재산이기도 하다. 무슨 일에 도전하기에 앞서 항상 세 가지 리스트를 작성한다. 자신을 도와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그리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 해 줄 수 있는 사람 역시 나 자신이다. 한시도 인생의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첫째,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둘째,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라. 셋째, 단단한 벽도 아주 미세한 틈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하고, 준비해야 할 것과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문제에 답할 수 있다면 현재의 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에 도전하려는 나를 알고 있다면 그 희망은 이미 절반은 이룬 셈이다. 그런 후엔 ‘죽을 각오’를 하고 희망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세계나 인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나 이웃을 위해 일한다고 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그러면 일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보다 큰 뜻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은 즐거워지고 신바람이 난다. 온갖 고생을 겪으며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은 이승에서 살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밖에 없다. 죽는 단 한 번의 기회 속에 위기를 맞이해도 이겨내며 내가 어떻게 살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죽음이 나를 데리러 왔을 때도 안 된다며 피하지 말자. 죽음이라는 마지막 한계의 시험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멋지게 당당하게 살아가자. 삶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삶은 연습이 아니다. 삶은 언제나 실전이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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