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조사 · 어미 집대성 사전 첫 발간 "강좌·말하기대회 등에 적극 참여를"

  

▲ 강영봉 제주어센터장

할머니와 대화하다 소통이 어려운 제주어가 나오거나, 타지 사람이나 외국인이 모르는 제주어에 대해 물어온다면? 당황하고만 있었을 당신에게 이제 찾아갈 곳이 생겼다. 바로 제주대 국어문화원 부설의 ‘제주어센터(센터장 강영봉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지난 15일 지역대학의 가치를 연구하고 실현하고 있는 국어문화원 부설의 제주어센터를 찾았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제주어의 가치가 이러합니다. 모두가 중요하다 인식하고 있지만,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그러나 제주대로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 제주어센터가 문을 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제주어 조사·어미 사전
제주어센터장 강영봉 교수는 제주어센터의 활동이 제주대의 정체성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제주대의 ‘지역’과 ‘대학’이라는 본질적 특성을 반영해 제주대가 지역대학으로서 제주의 문제에 관심을 두어야 하고, 또 대학으로서 연구의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제주어가 이렇게 제주대의 정체성 문제와 맞닿아 있음에도 제주대는 수년 동안 제주어연구에 미온적이었다. 연구기관도 따로 개소되지 않아 제주어 관련 연구 및 교육 등을 모두 국어문화원이 도맡아 왔다.

이에 따라, 제주어센터는 지난해 8월 인문대 1호관에 개소해 제주어의 체계적인 자료 축적과 연구활동, 제주어 자료 발간을 목적으로 활동해 나가고 있다. 또 제주 전역의 구술 자료를 채록하고, 제주어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제주어 교육사업과 학술회의도 열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제주지방법원에 발령받아 온 간부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제주어 특강을 열었다. 이렇게 제주어센터는 타지역 출신의 인사이동이 많은 기관이나 제주어 소통이 필요한 곳을 찾아 제주어교육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제주어센터는 이번 달 초 첫 자료집으로 <제주어 조사·어미 사전>을 펴냈다. <제주어 조사·어미 사전>은 초대 총장이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고 현평효 교수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제주어 카드’(<제주도방언연구>의 원고)를 토대로 쓰여졌다. 강 교수는 이 제주어카드 가운데 조사와 어미 카드에 적힌 용례를 다시 정리했다. 여기에 강 교수는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현 교수의 작성방법에 따라 다시 작성했다. 이 사전의 특징은 표제항마다 제주어의 용례가 수록돼 있으며, 표준어 용례도 함께 적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센터가 개소한 이후에도 제주어연구가 직면한 문제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대학의 재정지원이 미약한 점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연구사업을 진행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연구원을 확보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단적인 예로, <제주어조사·어미사전> 학술자료집을 내는 과정에서 대학은 오직 발간비만을 지원했다. 사실 학술문화자료집을 내는 과정에는 조사와 연구, 원고작성 등의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이 많다.

이와 함께, 제주어 연구가 매우 시급한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제주지역어 생태지수 조사보고서> 따르면, 현재 제주어가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빈도수가 극히 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라 판단, ‘소멸위기의 언어’로 분류 등록했다. 김순자 국어문화원 연구원은 “전례적 제주어를 보유하고 있는 70대 이상의 제보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20~30년이면 고유의 제주어를 채록할 수 있는 기회가 대부분 사라져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제주도민과 학생으로서 제주어를 사랑하고 보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제주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제주어를 사용하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모르는 제주어는 제주어 사전이나 제주어센터를 찾아 직접 공부하는 방법이다. 강영봉 교수는 학생들에게 제주어센터에서 열리는 다양한 제주어강좌에 참여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특히 6월에 열릴 국어문화원 주최의 ‘제주어 말하기 대회’에 대학생들의 참여를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현재 제주어말하기 대회가 수년째 열리고 있지만, 많은 초중고 참여자와 달리, 대학생들의 참여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제주어말하기 대회부터 대학생 참여자들이 참여해 제주어에 대한 사랑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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