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길가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한 초록의 생명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 자리엔 회색으로 빛나는 고층의 빌딩들이 자리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도시는 발전해왔지만 그의 고민과 아쉬움은 커져갈 뿐이었다. ‘왜 도시는 발전할수록 멋이 없어지고 삭막해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건축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부터 이승택(43)씨는 점점 변해가는 도시와 그에 따른 각종 도시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양 옆으로 줄맞춰 서있는 플라타너스 나무, 끝없이 펼쳐진 풀밭. 아무 때나 찾아가 편히 쉴 수 있던 그곳이 바로 제가 살던 서귀포의 모습이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변하더니 어릴 적 봤던 아름다운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멋없게 변해가는 서귀포를 보며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생각해낸 것이 바로 ‘갤러리 하루’다.

“사실 제가 갑부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거부터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갤러리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면 그분들께서 자극을 받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아름답게 만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죠.”

그는 어떻게 하면 도시를 멋지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마침 그에게 서귀포 걸매마을을 예술적으로 꾸미는 ‘걸매예술마을’ 이라는 프로젝트가 찾아왔다. 그는 프로젝트를 하며 ‘눈에 띄지 않는 작업,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작업을 하자’ 라는 다짐을 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작가적 관점에 빠져 공공미술, 거리 미화작업 등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형 작업으로 여겨 활동했죠. 도시의 경관까지 해치면서 말이죠. 그런 사람들에게서 나온 작품을 볼 때면 작품이 ‘나 봐줘’라고 소리치는 거처럼 보였어요. 저는 그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보기 싫은데 자꾸 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억압적인 일 아닌가요? 그래서 저는 도시적 관점에서 다가가고자 했어요. 도시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한 작은 행위들만을 했죠.”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는 도시에 여러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가 생각해낸 것은 문화예술이었다. 가장 친환경적이고 인간적인 문화예술을 통해서 도시문제들이 치유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 만든 것이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다.

“문화를 가지고 도시를 만드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 맞는 사람끼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화, 도시, 공동체를 합쳐 쿠키를 만들게 됐죠. 쿠키는 Cultural의 Cu와 City의 Ci가 합쳐진 말이에요.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맛있게 읽은 단어죠.”

쿠키는 서귀포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 서귀포에서 활동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왜’라는 반응을 보였다.

“결핍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제주시나 서울은 제가 아니더라도 활동할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죠. 저를 정말 필요로 하는 곳이 바로 서귀포라고 생각했어요.”

주위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당당히 서귀포에서 활동하는 그는 좀 유별나다. 쿠키는 어디서 활동하든지 그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쿠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사람을 위한 일인데 정작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의 역할은 주민들이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신명나게 놀고 자신들의 마을을 직접 치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의 꿈은 ‘도시의사’가 되는 것이다.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를 치유하고 도시에 사는 사람을 치유하는 의사.

“도시의사가 돼서 삭막한 도시를 치유할 거예요. 지금 제가 가는 길의 끝이 보이진 않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 재밌잖아요?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도 될 수도 있어요. 그런걸 즐기며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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