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자 하는 것에 미쳐라

▲ 정종철 개그맨

충청북도 제천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학창시절 목회자의 꿈을 꾼 적도 있었다. 학급에서 장기자랑이며 오락부장을 도맡아 했었다. 하지만 방탕한 시절도 있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공부보다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더 재미있었고, 술, 담배, 당구장이 더 좋았다. 부모님 속을 참 많이 태웠다. 인생의 변화를 겪게 된 것은 바로 어머니 때문이다. 늦은 밤, 무릎 꿇고 울며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 이래선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착실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외모로 고민하던 고등학교 2학년 때 ‘개그맨이 되면 성공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개그맨의 꿈을 갖게 됐다. 당시 저금통을 털어 구입한 미니 카세트로 각종 효과음, 동물 울음소리를 녹음하는 등 피나는 노력 끝에 성대모사의 달인이 되었다. 목표가 있으면 반드시 노력이 따라와야 한다. 성공과 실패는 연습량의 차이일 뿐이다. 오랜 연습 시간 속에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걸 잡아 낼 수 있었다.

군대 전역 후에는 개그맨 지망생이 아닌 주방장의 꿈을 키웠다. 연예인이 되려면 소위 빽과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하던 냉면집에서 주방 보조로 일했다. 그래도 나만의 꿈은 접을 수 없었다. 어느날 TV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나도 개그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마침 ‘KBS 개그맨 공채 모집’이라는 자막이 내 눈을 지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면접부터는 자신이 있었다. 최종 3차 면접에서 동상을 거머쥐면서 한 번의 개그맨 시험 도전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남들은 재수, 삼수에 10년도 준비한다는 개그맨 시험을 단 한 번에 붙었다는 것은 개그맨 지망생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자신은 보통 수년 이상을 준비했다면서 너는 한 번에 돼서 좋겠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그러나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습해왔고, 연습량과 노력의 양은 어느 누구보다 뒤처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 거울을 들여다보며 내 외모를 원망했지만 모든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극복하고 개그맨이 될 수 있었다.

나만의 ‘열정’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사진, 낚시, 장난감 수집 등 한번 꽂히면 ‘미친다’ 소리를 들을 만큼 집요하게 몰입한다. 사진에 미쳐서 내가 갖고 있는 사진기만 25개가 된다. 포토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한참 미쳐있을 땐 암실도 갖고 있었다. 카메라만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여기에 쓴 돈만 최소한 3억 이상이다. 그런데 남들은 미쳤다고, 왜 그러냐고 하지만 나는 단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남들이 못했던 경험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했기 때문이다.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건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많이 익힌다는 게 아니다. 그 분야를 정말로 즐기고 사랑해야만 진정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두 달 만에 25kg를 감량하며 ‘몸짱’ 수식어도 얻었다. 아들을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었다. 개그맨 정종철보다는 ‘마빡이, 옥동자’라고 불린다. 그만큼 캐릭터가 강하다. 아들이 커서 ‘마빡이 아들’이라고 놀림을 받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짱이 되기 위한 운동은 필요치 않다. 장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몸이 나에게 고마워서 선물을 준다. 그것이 바로 몸짱이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건강한 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앞으로도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나의 외모는 ‘신이 내린 선물’이다. 사실 못난 얼굴이지만 내 얼굴이 제일 좋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나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진정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기회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물방울이다. 노력은 그 물방울이나 빗방울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여러분의 노력이 커질수록 잔이나 그릇 또한 마찬가지로 커지게 된다. 하루는 24시간이다.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인데 보통 ‘시간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 많은 시간 중에서 인생의 주인공인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없다면 그 사람은 과연 잘 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미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현재가 쌓여서 이뤄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 미래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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