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한 무한도전

▲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학생들에게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6월 5일까지 총 13개 강좌가 열립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1993년은 ‘세계화’라는 개념이 한창 유행할 때였다. 정부와 대기업들이 저마다 글로벌 경쟁을 주창했던 시기였다. 세계가 너무 궁금해 무작정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막상 가보니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정작 ‘한국인이냐’는 질문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도 일본이나 중국 못지않은 아름다운 산과 들, 말과 글, 음식이 있는데, 외국인들은 어째서 모를까? 그 이후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간절한 꿈이 생겼다. 여행을 다니며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 묻고 또 물으며 내린 결론은 바로 ‘음식문화’였다. 중국은 세계 각지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이 있다. 외국인들은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의 건축물을 살피고 음식을 먹으며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쌓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찾던 중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 음식 중에서도 외국인의 취향과 문화에 맞는 한 가지만을 골라야 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고 포장 문화에도 적합한 ‘비빔밥’이었다. 비빔밥 홍보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뉴욕타임즈에 전면광고를 실으면서부터였다. MBC 무한도전팀의 후원,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무한도전의 음원을 구매한 한국 국민들의 후원으로 추진한 것이었는데 그 파급력은 상당했다. 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에서 관련 내용을 기사화 해 전 세계에 송고하였다. 뉴욕타임즈 150년 역사상 자국의 대표 음식 브랜드로 전면광고를 낸 것이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 세계의 한인회 회장들이 광고 원본 파일을 요청해 왔다. 한인회 멤버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자국의 유력지에 광고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전 세계 11개국에서 자국 유력지에 똑같은 광고가 집행되는 감격스러운 일이 실현됐다.
 
음식문화의 체험 다음으로 손꼽을 만한 국가 홍보프로그램은 바로 ‘언어문화’이다. 미국 유학시절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박물관 언어 담당 디렉터의 비서와 통화를 하게 됐고, 2개월 반 후로 만날 수 있는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약속날짜가 되어 찾아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환대를 받았다. 비서의 실수로 인해 거금을 기부하러 온 학생으로 오해를 받았던 것이다. 그 당황스러운 순간에 배포 큰 제안을 했다. 계약서를 먼저 써주면 한국에 가서 기업과 정부로부터 후원금을 받아오겠다는 약속이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몇 개월 간 수백 기업을 돌아다닌 끝에 결국 후원금을 받았고, 1년 6개월 만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유치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이후부터는 세계 각 박물관과 미술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유치하기가 쉬워졌다.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 미국 자연사 박물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이 한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수백만 명이 찾는 박물관에서 한국어를 들을 수 있으면 외국인들은 ‘한국에도 고유한 언어가 있구나’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것들이 한국이 문화강국임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된다.
 
2005년 2월,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했다. 이는 엄연한 반칙이었기에 그 부당함을 세계인들에게 정정당당하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세계인들의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그들이 가장 많이 보는 유력지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에 광고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첫 광고는 대학원생이 될 때까지 모아뒀던 자비를 털어 전면광고의 1/6 사이즈로 신은 것이었다. 이는 동양인이 자국의 국가 현안을 광고한 첫 번째 사례여서 뉴스로 보도되는 등 큰 화제가 되었다. 그 뒤 지속적인 여론 환기를 위해 캠페인성 시리즈 광고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강연 중에 ‘최초’ 다음으로 많이 강조한 단어가 ‘바로’이다. 세계를 리드하기 위한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가 ‘미친 실행력’이다. 사실 소개한 성공사례는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모두 실패한 사연이다. 하지만 ‘바로’ 추진하면서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계속 생겨났다. 또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젊음’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좋은 직장만 찾아가려고 한다. 연봉이 적으면 어떤가. 주말 없이 일하면 어떤가.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이 정말로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보다 깨어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오래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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