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대책위 & 프로젝트 팀 ‘다인’ 주관

올해 제주대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에서 최우수 대학에 선정됐다. 그만큼 제주대는 다른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48명의 장애 학생에 대한 여건이 잘 갖춰진 편이다. 그런데 막상 장애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휠체어를 타고 온종일 캠퍼스를 돌아다녀야 하는 장애 학생들은 아주 사소한 데서부터 큰 문제까지, 그들을 가로막는 온갖 벽에 부딪치기 일쑤다. 기자는 그들의 생활을 체험해 보기 위해 장애인인권대책위원회 & 프로젝트 팀 ‘다인’이 주관한 ‘휠체어 일일 체험-WITH MAKE’에 참가했다. 행사는 지난 1일부터 3일간 매일 한 명의 참가자가 전동 휠체어를 탄 채 일상 체험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그 하루 동안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오는 29일부터 3일간 열릴 아라대동제 때 상영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장애인인권대책위원회>

 

▲ 인도와 도로간 높이 차가 심해 도로로 다니는 게 차라리 편했다.
이동 중에 급경사, 좁은 문… 끊임없는 장애물 

휠체어 일일 체험을 하기로 한 지난 2일에는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오전 8시 40분, 대학원동 1층 로비에서 하루 동안 함께할 스태프들을 만나 전동 휠체어에 탑승했다. 전날 잠시 연습해 보기는 했으나, 그새 다시 생경해진 휠체어는 조종이 쉽지 않았다. 전동 휠체어는 스틱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휠체어로, 속도 조절과 방향 조절이 가능해 일반 수동 휠체어보다 가격이 훨씬 높다. 스태프를 통해 들어보니, 싼 것만 해도 200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전동 휠체어라 할지라도 일반인들의 보행과 결코 같을 수는 없다. 오전 9시에 인문대학에서 있을 수업 때문에 황급히 대학원동에서 나와 이동을 시작하는데, 평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 온 길이 그렇게나 멀고 험난한지 처음으로 실감했다. 우선 올라가는 길 경사가 굉장히 급했다. 더욱이 방향 전환이 힘든 탓에 한 자리를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잦았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비로 인해 주행은 더 까다로웠다. 휠체어를 타게 되면 한 손은 스틱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손잡이를 잡아야 해서 우산을 쓸 수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입고 온 잠바의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이동하다 보니,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횡단보도를 지나갈 때 빠르게 다가오는 차량을 미처 살피지 못해, 옆에 있던 스태프의 도움이 없었다면 하마터면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인도는 도로에 비해 턱이 높아 휠체어가 지나가기에 무리가 따랐다. 장애 학생을 위해 도로와 인도 사이 경사를 마련해 놨지만, 이마저도 경사각이 급해서 내려갈 때 몸에 힘껏 힘을 주지 않으면 충격이 고스란히 휠체어로 전해졌다. 인문대학으로 올라가는 소위 ‘폭풍의 언덕’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오를 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경사가 심하게 급하다 보니 몸의 균형이 뒤로 쏠려서, 중간에 내려가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기까지 했다. 힘겹게 다 올랐을 때는, 두 개의 볼라드가 주행을 가로막았다. 그 사이로 빠져 나가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어서 스태프가 하나를 옆으로 옮겨준 후에야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 인문대학으로 올라가는 ‘폭풍의 언덕’은 경사가 심하게 가파라 오르내릴 때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강의실로 향하는 여정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입구에 경사로가 없는 건물로 출입시, 장애 학생은 앞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수업 시간은 다가오는데, 뒤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원래 경로보다 훨씬 더 길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강의실에 도착한 뒤에도 난관은 도사리고 있었다.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좁은데다, 직각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것도 힘들어 도저히 강의실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제야 좀 들어갈 수 있겠다 싶으면 어김없이 뒷바퀴가 걸리고 말았다. 그 과정이 몇 번이나 반복됐다. 아무리 시도해도 끝까지 들어가지 못하자, 결국 스태프가 직접 나서서 도와준 끝에 힘겹게 문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 학생회관에서 화장실에 들리는 길, 굳게 닫힌 화장실 문으로 인해 들어가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고정된 책상과 의자는 무용지물 

강의실의 책상과 의자는 바닥에 고정된 채 서로 붙어 있었다. 때문에 선택의 여지 없이 맨 뒷자리에서 책상 없이 수업을 받아야 했다. 달리 교재를 둘 데가 없으니 교재는 무릎에 둘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시간을 내리 그 자세로 수업을 들었다. 고개는 고개대로 아프고 자꾸 원치 않게 잠은 쏟아졌다.
 
쉬는 시간, 잠시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을 때 역시 당혹감은 이어졌다. 화장실의 문이 닫혀 있었던 것이다. 가볍게 열리는 문이 아니어서 손으로 힘껏 밀려다 보니 자연히 몸이 떠 휠체어와 멀어졌다. 어쩔 수 없이 발을 이용해 문을 밀 수밖에 없었다. 낑낑대며 겨우 문을 열고 난 뒤에도, 들어가는 간격이 좁아 또 한 번 지겨운 몸싸움을 반복해야 했다.

 

▲ 매점 앞, 들어갈 공간이 좁아 차마 들어가지는 못하고 친구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매점 앞에서 혼자 우물쭈물

점심시간이 되자, 친구들과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매점으로 향했다. 물론 이때도 친구들이 건물 앞쪽으로 나갈 동안 혼자 건물 뒤로 돌아서 나와야 했다. 사소한 소외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매점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또 혼자만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역시 문이 좁아서였다. 친구들이 먹을 것을 고르는 동안 혼자 우물쭈물대며 문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사람들의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는 푹 숙여졌다. 물론 사람들의 시선은 비단 이때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을 지나가는 내내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 다녔다. 대부분은 호기심에 찬 시선이었으나, 어떤 사람은 조롱 섞인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분명 잘못한 게 없음에도, 절로 주눅 들고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친구들의 배려로 매점이 아닌 다른 휴게실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4층에 있는 휴게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좁은 공간 안에서 방향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엘리베이터에서 나올 때는 후진을 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있으나 마나 싶었던 엘리베이터 안 거울의 존재가 그날따라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거울을 통해 뒤를 확인하며 엘리베이터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수업을 모두 듣고, 신문사가 있는 대학원동 건물로 내려가는 길은 그나마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데 익숙해져 전보다는 수월했다. 그러나 경사가 급한 곳을 내려갈 때 가속도가 붙어 자칫 위험할 뻔하기도 했고, 학생회관에서 나오며 바닥에 울퉁불퉁한 것이 깔린 곳을 지날 때는 휠체어가 크게 덜컹덜컹거리는 등, 곳곳에  불편 요소들이 즐비했다. 체험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점들이, 직접 체험을 하면서 피부로 와닿는 것이었다. 대학원동 건물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관계로 3층 신문사까지는 휠체어로 가지 못하고, 1층에서 힘겨웠던 체험을 끝맺었다.

▲ 강의실 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방향 전환이 힘들어 스태프의 도움을 통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어렵지 않아

기자가 느꼈던 그날 하루의 심정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던 것이 많았다. 사소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생활을 장애 학생들은 매일매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군소리 않고 묵묵히, 그리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 행사의 모토 ‘WITH MAKE-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은 달리 이루어지는 게 아닐 것이다. 이들이 느끼는 크고 작은 불편에 대한 따뜻한 관심, 그리고 그에 대한 작은 배려만 있다면, 학내 장애 학생들은 얼마든지 마음 놓고 학교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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