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해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학생들에게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6월 5일까지 총 13개 강좌가 열립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유난했다. 그 당시 음반 차트를 장악했던 마이클 잭슨을 밀어내고 ‘너바나’같은 음악이 차트 앞 순위를 꿰찼다. ‘너바나’의 음악은 한 마디로 ‘너 스스로 하라(Do It Yourself)’는 정신이 배었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다. 곧 좌절에 부딪혔다. 막상 밴드를 결성해보니 내 자신이 음치인데다 악기를 다루는 데에 재능이 없었다. 반면, 기획ㆍ홍보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악어와 악어새가 공생하듯 뮤지션도 이를 받쳐줄 존재가 필요하다. 대중음악이란 만드는 것 못지않게 대중에게 전달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음악의 끊을 놓지 않고 서울대에 진학했다. 2005년 지금의 ‘붕가붕가레코드’를 설립했다. 좋아하는 선배들이 사회에 나가 음악을 놓는 걸 보면서 내 친구들은 음악을 놓지 않고 계속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일을 벌였다. 교과서에 쓰인 ‘지속가능한 개발’은 환경을 보존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자신의 음악을 온전하게 표현할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생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딴따라질이다.
그 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지속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했다. 몇 평짜리 자취방에서 컴퓨터 한 대와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서도 최선의 음악을 해야 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 히트작인 ‘싸구려 커피’는 통기타 반주가 전부다. 우리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수공업 소형음반’을 선보였던 이유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고안해 낸 것이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거둬들인 수익으로 다음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총 9장의 앨범을, 이런 방식으로 30만장을 찍어냈다.
2008년 인디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붕가붕가레코드의 간판격인 ‘장기하와 얼굴들’이 열풍을 일으켰다. 이 당시 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역량이 70%라면 30%는 미디어 환경이다. 10대 때 인디음악을 듣고 자란 내 또래들이 각 미디어의 게이트키퍼 위치에 올라갔다. KBS와 네이버, 디시인사이드의 선택을 받아 성공하게 됐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다시 시작됐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성공을 거두자 회사 수익이 3200% 성장했다. 이들이 휴직에 들어가니 나머지 8개팀의 수입이 5%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지속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회의감이 들었다. 다수의 변화는 특별한 소수에 의해 만들어진다. 현 음악 시장의 세 가지 문제점인 소비자의 수도권 집중, 창작자의 홍대 집중, 음악 수요층의 수적 한계를 극복해야만 했다. 그 돌파구로 내 고향 제주를 주목했다. 실력 있는 밴드들을 서울 바깥에서 볼 수 있고, 홍대 뮤지션들이 바깥으로 네트워크를 할 수 있으며, 음악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면 이것저것 섞어 복합적 콘텐츠를 내 놓으면 된다는 발상이었다.
이러한 발상으로 음악과 여행, 강연이 함께 하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투어(Great Escape Tour)’를 구상하고 있다. 2박3일간 제주도 문화투어로 음악공연, 생태여행, 강연이 결합된 패키지 형태의 이벤트다. 이를 위해 제주출신인 박은석 음악평론가와 제주지역 인디레이블 부스뮤직컴퍼니의 부세현 대표, 그리고 제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음’, ‘넥슨’과 함께 기획했다. 이 제주문화 투어를 계기로 새로운 문화 플랫폼을 추구하면서 제주문화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싶다. 부산이 영화의 도시가 됐듯, 제주가 음악의 도시가 되길 바란다. 제주 출신의 문화인들이, 제주에 거주하는 문화인들과 손을 잡고, 제주 기반의 기업과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 제주가 가진 자산을 살려내고 싶다.
제주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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