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개 마을 탐방… “제주 농어촌은 역동적”

▲ 고희범 제주포럼C 상임공동대표

“제주도가 1%라는 자괴감에 빠질 것이 아니라 1%라는 소중함에 긍지를 가지고 우리에게 있는 가치를 잘 활용해 제주 발전에 힘써야 합니다.”
 
제주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앞장서서 나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제주포럼C’ 상임공동대표 고희범(60)씨다.
 
고희범씨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대학 시절을 서울에서 보냈다. CBS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뒤 한겨레신문 창간 멤버로서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제주도로 다시 돌아와서는 사회단체 ‘제주포럼C’를 만들었다. ‘제주포럼C’는 제주의 미래를 밝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다. C는 Change, Challenge, Communication의 약자로, 각각 새로운 변화, 미래를 향한 도전, 비전을 만들어가는 소통을 의미한다.
 
‘제주포럼C’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제주미래를 만나다’라는 3부작으로 이뤄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부는 제주도를 이끌어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선배에게 길을 묻다’, 2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찾아 마을들을 직접 방문하는 ‘현장에서 길을 찾다’이다. 3부는 ‘함께하는 제주 미래’로 현재 도내의 18개 시민단체가 함께해 1, 2부의 목소리를 정리한 것을 토대로 전문가들과 함께 제주 미래 비전을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는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된 두 번째 프로젝트 ‘현장에서 길을 찾다’를 통해 느낀 바가 많다고 했다.
 
“현장의 모습을 보고 듣고 느끼며 제주도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동받고 희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죠.”
 
고씨는 11개월 동안 ‘현장에서 길을 찾다’를 통해 160개의 마을을 찾았다. 기억에 남는 마을이 많다고 했다. 곽지리는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 등 다양한 종자들을 가져다가 시범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작물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다른 마을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를 보면서 곽지리 사람들에게서 개척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또 화순리는 화력 발전 배출수를 이용해 하우스 감귤 난방을 하고 있다. 대개 하우스 감귤 천 평을 재배하면 일 년에 6000만원의 난방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화순리는 화력 발전 배출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1600만원만 들이면 된다.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국에 발전소가 있는 마을의 군수와 이장들이 화순리를 찾아오고 있다.
 
“마을마다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어요. 또 제가 제주도에 대해 배울 점도 많더군요.”
 
그러나 좋은 점만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고씨는 직접 보고 들으면서 해결책이 시급한 문제도 많이 산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제주도 전역의 리 단위의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설립한 초등학교가 학생 수가 없어 폐교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 세대들이 점점 도시로 나가버리고 지역경제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에요.”
 
서울에서 살고 있을 때에도 그의 제주도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제주도를 떠나 살면서도 제주도 출신의 사람들과 함께 사회문제협의회(1987)를 만들어서 제주도와 관련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1988년에는 4·3 40주년 공개행사 세미나를 시작으로  4·3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졌다. 제주 4·3연구소 발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이사장을 역임했다. 1998년 4·3 50주년이 되는 해에는 서울에서 행사를 일주일간 진행하면서 전국에 4·3사건에 대해 알리는 데에도 힘썼다.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제주도를 위한 활동들을 꾸준히 했어요. 고향을 떠나와서 제주도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제주도를 생각하면 행복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슬펐어요. 고향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오도록 한 것 같아요.”
 
그는 지난 세월 서울에서 제주도를 위해 한 일들을 설명하던 중 그 시절의 제주도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의 제주도에 대한 애정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제주포럼C’의 활동이 젊은 대학생들에게 제주사랑이라고 인식된다는 것에 기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제주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앞장서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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