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지 편집국장

매일 ‘제주대학교’라는 동판이 새겨진 교문을 무심히 스쳐간다. 신입생 시절에는 뭔지 모를 가슴 벅찬 감정도 느꼈다. ‘오늘은 내가 대학이라는 곳에서 어떤 큰 가르침을 배울 수 있을까’ 문득 오늘 교정을 향하면서 본 동판을 보고 있노라니 슬퍼졌다. 지난 밤 제주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된 ‘거꾸로 가는 제주대학교 취업률’을 바라보자니 서글픔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내가 교문을 지나면서 느꼈던 제주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느꼈던 곳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를 서글프게 한 건 ‘취업률’이 아니었다. 제주대 사회뿐만 아니라 전국 각 대학, 대한민국에 퍼진 취업, 취업, 취업 때문이다.
 
지금 제주대는 비상이다. 올해 제주대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취업률은 47.7%로 지난 해 50.9%보다 더 떨어졌다.
 
제주대는 취업전략본부를 중심으로 취업률 하락 원인을 찾고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취업전략본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기존의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취업전략본부 뿐만 아니라 각 단과대학과 협력해 학생들의 취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취업률 하락, 그리고 이후의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궁금해졌다. 바로 이곳이 대학인가.
대학이 점점 학생 취업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는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학구조조정을 시작한 정부가 ‘취업률’을 재정지원과 학자금 대출 제한 여부를 좌우하는 주요 평가지표로 삼자 대학들의 취업률 올리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기준 가운데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취업률이 낮으면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힐 뿐만 아니라 재정지원을 받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연 우리는 취업을 하기 위해 제주대학교에 들어온 것일까. 취업전략본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2학년도 신입생 실태조사’ 자료를 보자. 신입생들은 대학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폭 넓은 대인관계 형성’(42.8%)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전문적 공부’(36.5%)라고 답했다. ‘자격증 시험 준비’(2.4%)와 ‘해외어학연수 및 인턴십’(2.4%)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적어도 신입생들은 취업을 위한 제주대학교를 꿈꾸지 않는다.
 
물론 취업이 중요치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취업이 현대 대학의 주요 기능이 돼서 학문적 기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가의 20%를 차지하는 취업률을 높이려고 전국 각 대학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일부 다른 대학은 ‘취업률’에 사활을 걸었다. 이들 대학들의 취업률 부풀리기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취업률을 부풀리기 위해 허위 취업서류를 만들거나 교내인턴 과다채용, 대학원생 정원 조작 등의 수법 등이 등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실시한 취업통계실태 특별감사 결과 총 29개 대학에서 취업률 부풀리기 45건을 적발했다. 이 같은 취업률 부풀리기는 2008년 각 대학들의 취업률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대학알리미’가 시행되면서 시작됐다. 취업률이 대학의 지명도와 평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학은 과도기에 서있다.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관여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점점 대학은 학생들의 취업에 책임을 질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인 요구이고 당연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대학의 의미와 기능을 설정해놓은 고등교육법의 제28조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고등교육법과 달리 대학은 점점 취업지원시설의 성격을 띄어가고 있다. 취업을 4년제 대학의 기능으로 상정한다면 결국 전문대학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물론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대학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고리타분한 법조문 따위로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 생각해 보라. 당신에게 제주대학교는 진정한 대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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