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나 자신이다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학생들에게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12월 4일까지 총 13개 강좌가 열립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너희가 무슨 기술이 있다고 창업이냐’는 구박에서부터,

‘다단계 아니냐’는 냉소까지…
  
그럴수록 어디 던져놔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야생초가 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3년에 온라인쇼핑몰로 첫 창업을 했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등을 싸게 구입한 후에 마진을 붙여서 온라인에서 파는 일이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돈을 제법 벌었다. 하지만 오직 돈을 버는 것만 생각하면서 산다는 것은 꽤나 공허했다.
 
학교에 가서 학업을 마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대학 입시가 끝나고 동기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 1년이 지나서였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 07학번으로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있어서 돈 걱정은 좀 덜하고 공부에 전념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해 보니 학업을 통해서 진리나 삶의 의미에 좀 더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창업을 기웃거리게 됐다.
 
1년반 정도 경영학 공부를 하다가 2008년 사회적기업 연구모임인 넥스터스를 만들었다. 넥스터스는 당시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던 사회적기업에 대한 스터디를 하고 이를 어떻게 국내에 적용할지를 고민하는 그런 모임이었다. 여기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우선 드는 생각은 ‘왜 이런 걸 시작하게 됐을까’다. 돈을 벌어서 내가 잘먹고 잘사는 것 말고 뭔가 다른 게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나중에 뭐가 남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넥스터스를 만들고 여기를 통해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때마침 외국에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고 해외 사례들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 동기부여가 됐다. 넥스터스를 통해 경로당에 봉사활동을 다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들이 150~200만원을 호가하는 보청기를 구입하는 것을 보았다. 보청기 사업을 구상하면서 인도의 사회적기업인 아라빈드 안과병원을 롤모델로 떠올렸다.
 
2009년 4월 중소기업청에 저가보청기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사업지원금 2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자금을 시드머니(Seed Money)로 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0년 7월 문을 연 딜라이트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회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이름 그대로 ‘세상에 즐거움을 주는 기업’을 지향한다. 보청기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세대 내 의료기기 연구센터와 함께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미리 사업제안서도 썼고, 몇 차례 창업 경험도 있었으며, 창업 동기도 뚜렷했지만 역시 사업은 쉽지 않았다. 보청기를 자체 기술로 만들려다보니 첫 모델이 나오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우리 기업은 보청기를 34만원에 판다. 기존 가격인 150~200만원 보다 80%나 저렴한 것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인 청각장애인에게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에 맞춰 가격이 책정됐다. 그래야만 이들이 개인 부담 없이 보청기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표준형 보청기를 개발하고 생산원가와 유통비용, 이익을 줄였다. 인터넷으로 먼저 주문받고, 일주일 단위로 대량생산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없앤 것이 비결이다. 게다가 아무에게나 보청기를 팔지도 않는다. 나이가 65살 이상이거나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이하여야 고객이 될 수 있다. 저소득층에 저렴한 보청기를 보급한다는 원래 의도를 실현하려고 할 수 없이 조건을 붙이게 됐다.
 
회사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보청기 사업만으로는 결코 이윤추구를 할 수 없었다. 사실 딜라이트의 보청기 사업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보청기 사업을 통해 한국에서도 소셜벤처, 또는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보청기 사업 외에도 다른 분야의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어찌 보면 보청기 사업으로 사회적기업의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꿈이 없이 단지 취업만이 ‘목표’인 또래 대학생들을 보면서 우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제주건 서울이건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선택이 공무원 시험 준비이다. 주변에서 쉽게 하는 것들, 막연하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나 좋다고 평가되는 것들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내가 창업을 준비하면서 그냥 ‘공부하면 안정적인 길이 있다’는 선배들의 걱정 어린 조언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너희가 무슨 기술이 있다고 창업이냐”는 어른들의 구박에서부터 “너희 다단계 아니냐?”라는 친구들의 냉소까지,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럴수록 어디 던져놔도 살아남을 수 있는 야생초가 됐다.
 
20대 초반에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를 습득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한 번 사는 인생이고 누구나 소중한 사람인데,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스스로 엄밀히 따져보지 않는다. 만약에 시험을 어렵게 통과해서 공무원이 된다고 해도 그 다음 것들을 해나가야 한다.
 
결국 무엇을 한다해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차라리 낫다. 자기 뜻을 위해 일하면 일을 할 수 있는 역량도 커진다. 이런 이치를 터득한 후 자기의 할일을 발견하고 자기의 하는 일에 신념을 가진 자는 행복하기 마련이다. 도중에 포기하지 말자. 망설이지 말고 최후의 성공을 거둘 때까지 밀고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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