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눈부신 시작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12월 4일까지 총 13개 강좌가 열립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고산 타이드 인스티튜트 대표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신문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우연히 보았다. 내 연구분야와는 다소 동떨어졌지만, 우주비행사 선발 광고를 보는 순간, ‘나라고 못할 게 뭐 있어, 한 번 해보자’라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그 후 여러 단계의 힘든 선발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이 거듭될수록 어쩌면 내가 선발될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대학시절 그냥 단순한 호기심에 복싱부에도 참가했고 파미르 고원 무스타크아타르의 등반도 했다. 당시 몸담고 있는 연구원이라는 직업도 최후의 2인으로 선발되는 과정 속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돌아보면 그냥 무심코 한 일련의 활동들이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아주 중대한 밑거름이 되었다. 결국 3만6000명의 경쟁자를 뚫고 예비우주인으로 발탁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주 비행사를 양성할 만한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 유리 가가린이라는 최초의 우주 비행사를 탄생시킨 러시아 가가린센터에서 우주인으로 거듭나는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쳤다. 이곳에서 이론수업, 소유즈 우주선 실습, 체력훈련 등의 몇 가지 고등훈련을 받았다. 이론수업은 당연히 러시아말로 진행됐다. 영어에는 능통했지만 러시아어는 잘 구사하지 못했다. 수업은 통역사와 함께 이뤄졌다.
 
비록 마지막 우주인으로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전화위복이 됐다. 러시아에서 보낸 1년간의 훈련과정이 내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대학시절에는 공부나 열심히 했을 뿐이지 사회 문제나 국가관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로 외국에 나가보니 한국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러시아에서 만난 사람들도 나를 고산이라는 개인으로 인식하기 전에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훈련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때마다 나를 견디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꿈’이었다. ‘우주에 가면 뭘 해야 하나’ 그 생각 하나로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내 꿈을 위해서 모든 걸 쏟아 부을 수 있는 경험을 했다. 꿈을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실상은 별로 와 닿지는 않는다. 우리의 꿈은 마치 이름 모를 씨앗과 같다. 흙에 심고 물을 주고 보듬어야 그 씨앗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무조건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뭐라도 일어나는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모습으로 살면 100% 내 존재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에서 귀국하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나는 우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 가서 국민들의 낸 세금으로 훈련도 받았기에 뭔가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주인 배출의 의미가 과학기술의 진보적 측면보다는 우리 미래 세대들의 꿈과 희망을 넓혀주는 측면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우주연구원에서 일하던 중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타이드 인스티튜트(TIDE Institute)라는 비영리 창업센터를 설립했다. 이 단체를 설립한 이유는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 안에 싱귤래리티 대학에서 연수를 하면서 착안한 발상 때문이었다. 싱귤래리티 연수는 10주짜리 미션 스쿨이다. 이곳에서 ‘10주 동안 10년 이내 10억명의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보통 사업이라고 하면 어디에 틈새시장이 있는지, 어디에서 이윤을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데 여기서는 인류를 위한 가치 중심의 아이디어를 중시한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동안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2월 ‘타이드 인스티튜트’라는 법인을 설립해 7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타이드 아카데미’, ‘타이드 인사이트’, ‘타이드 스타트업 스프링보드’, ‘타이드 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청년들이 마음껏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많은 분들이 우주인으로 뽑혔는데 우주에 대한 꿈은 접었느냐고 묻는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에 내가 우주에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미국에서 민간 우주선이 개발됐다. 피터 디어맨디스라는 미국인이 이끄는 엑스 프라이즈 재단에서다. 자신들이 아폴로의 부하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2억원의 여행경비를 받는 우주 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한국에서도 만드는 게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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