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하늘을 보고, 발은 땅을 밟아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는 지난해 12월 4일까지 총 13개 강좌가 열렸습니다. 다음달부터 새롭게 여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김수종(탐라영재관 관장)
1974년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에 몸을 담았다. 은퇴 후에는 저술 활동과 더불어 지역의 후배들을 교육하는데에 힘쓰고 있다.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부딪치고 겪었던 일들을 후배들과 나누고자 지난 2008년 비영리단체 HRA(Human Resource Academy)를 만들었다. ‘지역의 인재를 키우자’는 선배들의 뜻을 모아 강의 대부분이 재능기부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역의 학생들의 가치를 높이고, 학생들 스스로 내 삶의 가치가 뭔지 얻어갈 수 있도록 깨닫는 것이 아카데미의 목표다. 1년 과정의 HRA는 30~40명의 대학생이 1년간 세 갈래의 커리큘럼을 이수한다. 인문학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 기업 경영을 학생들 스스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수업, 봉사활동하는 수업이다. 토요일 하루 8시간짜리 수업이지만 주중에 두세 배는 되는 시간을 준비해야 겨우 따라갈 수 있는 다소 혹독한 과정이다. 자발적인 강제성을 부여해야만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다. 20대는 인생에 있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기에 그렇다.
 
미래의 쾌락을 위해서 현재를 참는 사회가 문명적으로 승리를 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60세가 넘도록 살아보니 20대에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는 대단한 시간이다.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20대의 능률과 30대의 능률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20대야말로 꿈이 있는 사람은 꿈을 영글어가도록 하고, 꿈이 없는 사람은 찾아가는 시기다. 아무리 꿈이 크고 좋은 꿈이라 한들 실현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농경사회를 지나 산업사회, 지식사회까지 제3의 물결은 제주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40년 전에는 30~40명 타는 작은 비행기가 하루 두 편씩 떴다. 지금의 제주공항은 규모에 비해 가장 붐비는 곳이 됐다. 한 세대 만에 몰라보게 변해버린 것이다. 지난 세대 제주도는 농업경제가 주를 이뤘다. 제주도는 농업사회에선 가치가 없는 곳이었다. 한반도 끝이라는 영토적 관심밖에 없었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니 경상도나 울산이 주름 잡았지, 제주도는 신혼여행 오는 곳 정도였다.
 
지식기반 사회로 접어들면서 급속히 달라진 환경이 여러분을 기다린다. 제주도의 위치는 또한 변화의 물결에 한 몫 하고 있다. 대서양 중심권에서 동아시아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한반도, 일본을 둘러싼 지역과동중국해 지역에 인구와 부가 급속히 집중되고 있다. 동경, 서울, 인천, 베이징, 상하이, 타이베이 등 제주에서 두 시간 거리 안에 세계 유명 도시들이 몰려 있다. 경제적으로나 정보통신이 집중된 곳에서 제주에 견줄만한 곳이 거의 없다. 중국 사람들은 처음엔 여행으로 오지만 나중엔 문화 활동이나 경제 활동을 하러 올 것이다.
 
애초에 HRA를 개설한 것도 고향 제주에 좋은 기업과 좋은 일자리, 좋은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여러분 개개인 입장으로는 월급 많이 주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겠지만 사회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 제주도 60만 인구를 소비자로 보고 비즈니스 하는 회사는 그저 그런 회사다. 60만 인구를 상대하는 장사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회사는 제주도에 기반을 두고 전국,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회사가 제주로 이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주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몇 개의 회사가 제주도로이전했다. 이 회사들은 제주도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회사가 아니다. 비즈니스, 연구를 하겠다고 온 회사다. 현재는 육지에서 우수인력을 데려오지만 앞으로 점차 현지화된다면 여러분을 채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맞춰 실력을 쌓고 창조적인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지역적 타성을 버리고, 서울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에 예속된 생각을 하다보면 한계를 넘을 수 없다. 여건은 좋으니 그만큼 좋은 인재들이 많이 나와야 좋은 기업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제주대학생이 주역이 돼야 한다. 그냥 있으면 곤란해지는 상황이 왔다. 제주도는 옛날처럼 우리 것만 지키고 있을 수 없다. 여러분 선배들이 국제자유도시를 만든 만큼 그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하루살이 관광 문화에선 여러분들이 원하는 직업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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