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지(편집국장)
멋진 강의 한 편을 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이라 노교수의 가르침은 내 가슴 속에 아로 새겨졌다. 노교수의 한마디에 눈물을 훔친 이도 더러 있었다. 생면부지인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자는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오전 10시부터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정년교수 퇴임식에서였다. 이번에  고경환(영어영문학과) 교수, 오덕철(생물학과) 교수와 김문홍(생물학과) 교수, 강정숙(식품영양학과) 교수, 박태수(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교수가 정년퇴임했다.
 
노교수들의 퇴임사는 일종의 고백록(告白錄)이었다. 제주대와 인연을 맺은 이야기, 선생으로서 지키지 못했던 ‘직무유기’ 고백까지. 특히 고경환 교수는 사후에 시신을 제주대학교 병원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서였을까. 책 한권이 생각났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 저)이라는 책이다. 필자는 이 책을 어릴 때부터 참 좋아했다.
 
이 책은 스포츠관련 기자와 칼럼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삶을 살던 미치 앨봄은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대학 스승인 모리 슈워츠와 관련된 방송을 보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노교수가 척수신경과간뇌의 운동세포가 서서히 지속적으로 파괴되어 근육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루게릭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감정들이 살아나는 미치는 매주 화요일 모리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가 매주 화요일 모리를 방문하며 죽음, 두려움, 나이가 든다는 것, 탐욕, 결혼, 가족, 사회, 용서 등의 주제를 토론하고 배움을 얻는 과정을 글로 정리해낸 실화이다.
 
이 책에서 책갈피로 표시해둘 정도로 필자가 좋아하는 구절이 하나 있다. 모리 교수가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제자에게 설명하는 대목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미 있는 삶을 찾는 것에 대해 얘기한 것 기억하나? 적어두기도 했지만, 암송할 수 있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바쳐라. 자기를 둘러싼 지역 사회에 자신을 바쳐라. 그리고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자신을 바쳐라”
 
이 구절을 좋아하는 이유는 필자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라는 개인적인 고민에 해결의 단서를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필자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대학생들의 고민일 것이다. 가야할 목적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 경주마의 삶은 아니었을까. 또 앞서 달리는 경주마를 따라 달리는 말은 아닐까. 그러한 점에서 새로운 학기의 출발선에 서 있는 시점에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는 구절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들, 특히 일부 기성세대들은 성공은 누구보다 먼저 저 앞에 꽂힌 깃발을 뽑아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 지 묻고 싶다. 모두 의미 있는 학기를 보내기를 바라며 시 한편으로 글을 닫는다.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내게 중요하지 않다/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초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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