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전설로 돌아오다

▲ 이종범(한화 이글스 코치)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는 5일부터 새롭게 연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노력 없는 천재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내가 공부에 취미가 없음을 알고 운동을 권유하셨다. 원래는 축구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야구부 밖에 없었다. 몸집이 큰 선수들보다 앞서기 위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프로 2년차까지 하루 빠짐없이 스윙을 300개씩 했다. 선수 생활 내내 ‘참을 인’을 새기며 버텼다. 사람들은 나를 ‘바람의 아들’로 불렀다. 그라운드에서 달리기가 빠른 이유는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 빨리 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시속 150km로 타석에 들어오는 공을 치려면 타자는 0.05초 만에 스윙해야 한다. 투수가 공을 던지려는 순간 바로 배트를 휘둘러야 그 볼을 칠 수 있다. 스포츠 세계는 자기 능력이 뛰어나야 남들이 알아준다.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의 노력뿐이다. 자신의 단점을 극복할 비장의 무기를 지녀야 한다. 공부는 10등만 해도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스포츠에서는 1등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들과 똑같이 했다면 열심히 한 게 아니다. 스스로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어릴 적 가난이 인생 바꿔놓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엔 부잣집 친구들이 부러웠다. 세월이 흐르고 자식을 기르다보니 가난이 오히려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야구 선수를 하면서도 내 가족에게 이런 가난을 주고 싶지 않아 앞만 보며 노력했다.
 
어렸을 적의 가난이 없었다면 큰 꿈을 이룰 수도 없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돼야 한다. 올해 3월에 34년간의 야구선수 생활을 마쳤다. 현역으로는 최고령이었다. 유니폼을 벗고 나니 할일이 없었다. 세상은 말로만 이종범을 좋아했지 내게 뭔가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 야구복을 벗은 이종범을 찾는 이도 없었다. 이렇게 세상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온 야구천재

일본에서 4년간의 선수 생활은 인생을 다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당시 마운드에 나설 때는 안타를 쳐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를 악물고 ‘다 죽었어’라며 마음을 다졌다. 일본에서 도루 하나 치면 당시 돈으로 1800만원을 받았다. 20개만 쳐도 20억이다.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경기장에 있는 일장기를 보면서도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이겨낼 수 있었다.
 
현역생활을 은퇴한 이후 7개월 만에 한화 이글스 주루코치로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왔다. 은퇴하기 바로 전까지 다음 시즌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균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제 자신과 은퇴를 약속하던 차였는데 구단에선 은퇴하길 바랬다.
 
쉬던 중에 우연히 김응룡 감독을 만나고 코치 제의를 받았다. 선수가 아닌 코치와 감독으로선 어떨까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 대화를 통해 선수들을 파악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 경험과 노하우를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기아 팬들은 서운할지 몰라도 팬들이 내 인생을 설계해주진 않는다. 서운하겠지만 앞으로 좋은 지도자로 거듭나면 된다. 성적이 좋은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코치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역시 제 인생은 처음부터, 밑바닥부터 시작한다. 돌고래 조련사처럼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내가 이종범이니까 이렇게 해’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 있었던 권위의식을 내세우기보다 먼저 선수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 실패를 해봐야지 앞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젊고, 열정 있고, 자신감 있고, 패기 있을 때 실패는 성공을 만든다. 실패에서 찾을 수 있는 게 많다. 실패하더라도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면 그것은 수업료일 뿐이다. 내 야구기록도 평균 3할대에 그친다. 10번 타석에 나서면 7번은 실패했다. 그러면 안타를 치지 못한 7번에 대해 철저한 분석에 들어가서 다음에 잘 치려고 노력했다. 성공한 사람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고쳐야 될 점이 무엇인지 찾아서 노력을 다한 사람이다. 과거의 실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당연한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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