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택ㆍ이창익ㆍ쓰하다카 공편, 『제주와 오키니와』, 보고사

‘일본이되 일본이 아닌 곳.’ 일본 남서단에 위치한 오키나와를 일컫는 말이다. 오키나와를 돌아다니다 보면 때론 제주도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 섬은 비슷한데가 많다.
 
태풍에 대비해 쌓은 돌담과 빗물이 새지 않도록 판자로 된 덧문을 친 모습이 그렇다. 이런 외형적인 마을의 구조를 비롯해 돼지고기를 즐겨먹는 식성 등 많은 것들이 닮았다. 역사적 맥락도 비슷하다. 제주도는 1105년 고려에 복속되기 전까지 탐라국이었고, 오키나와는 14~17세기 중개무역으로 번성했던 류큐왕국의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 전통을 지닌 곳이다. 결국 오키나와를 읽는 것은 제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읽는 길이기도 하다.
 
오키나와의 일본 현대사에서의 위치도 특수하다. 특히 일본 전후사(戰後史)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일본의 안보를 미국에 의탁하는 미ㆍ일동맹의 ‘군사적 근간’으로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일 미군기지의 75%(섬 전체 면적의 20%)가 들어차 있고 미군기지 철수운동이 거세지고 있는 그곳이다. 오키나와는 늘 일본의 행복과 번영, 그리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바쳐진 희생양이었다. 이같은 역사의 상흔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지금도 아픔으로 생생히 남아 있다. 그래서 오키나와는 단지 일본의 47개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오키나와의 역사와 현실을 통해서 일본,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역사와 현실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탐라문화연구소와 재일제주인센터가 ‘제주와 오키나와: 동아시아 지역간 이동과 교류’를 펴냈다. 제주와 오키나와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간 이동과 교류를 살펴보고 있다. 총론적으로 먼저 제주와 재일제주인을 보다 넓은 시야에서 다뤘고, 이어서 재일제주인에 관한 역사적 문제들과 현재적 과제들을 취급했다. 또한 제주도의 전통문화와 어로문화, 마을공동체 문화를 다루었다.
 
이 책은 본래 류큐대학의 쓰하 다카시(津波高志) 교수가 기획했다. 30여 년 전부터 제주를 방문한 그는 2011년 오키나와에서 열린 ‘동아시아 간지방교류의 과거와 현재-제주와 오키나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의 내용을 더욱 심화시킨 논문들을 토대로 이 책을 구상했다.
 
당시 발표된 자료들은 쓰하 교수의 정년퇴임에 맞춰 일본 도쿄에서 ‘동아시아 간지방교류의 과거와 현재 : 제주와 오키나와ㆍ아마미를 중심으로’라는 책으로 나왔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일본에서 발간된 책을 단순히 번역하지 않고 새롭게 제목을 바꾸고 순서를 달리해 편집했다. 5부로 이뤄진 일본어판을 4부로 재편하고, 실린 글의 순서도 그에 맞춰 변경했으며, 제목도 바꿨다.
 
책은 1부 사람의 이동과 2부 제주문화의 모습, 3부 관서의 재일제주인, 4부 류큐호의 간지방 교류사로 구성됐다. 쓰하 교수의 ‘사쓰마(薩摩) 침공과 아마미(庵美)의 문화변용’, 전경수 서울대 교수의 ‘디아스포라와 글로벌리즘의 민류학’, 이토 아비토(伊藤亞人) 와세다대 교수의 ‘한국인의 이동을 둘러싼 상황론과 문화적 요인’, 윤용택 철학과 교수의 ‘제주도의 전통문화’, 이지치 노리코(伊地知紀子) 오사카시립대 교수의 ‘재일제주인의 이동과 생활’, 정광중 초등사회과교육전공 교수의 ‘2000년 이후 제주도 인구이동의 실태와 특징’, 이케다 요시후미(池田榮史) 류큐대 법문학부 교수의 ‘류큐열도와 한반도’ 등 다양한 분야의 한일 전공자들이 쓴 23편의 글들을 나눠담았다.
 
특히 쓰하 다카시 교수는 “제주와 오키나와는 각각의 국가에서 사회적, 문화적 위치로 현저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관점에서 오키나와를 정점으로 한 다양한 차원의 동아시아 연결망을 짚어내고 이를 ‘동아시아 체제의 평화적인 연대관계로 변화시키려는 문제의식’으로까지 발전시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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