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업가 정신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열리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6월 11일까지 모두 11번의 강좌와 발표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김현진(레인디 대표)
처음 창업을 한 것은 호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을 때였다. 중학교를 마치고 호주에서 유학을 했는데, 학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영어도 익숙지 않아 싼 임금에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영어를 익혀야 했고 생활비를 벌기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해야 했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전학을 도와주다가 소개료를 받았다. 이것이 사업의 시작이다. 고등학교 2학년에 교육컨설팅을 시작하여 한국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유학생을 상대로 전학이나 대학조기입학 수속을 대행해주는 서비스 사업을 했다. 유학생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유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니 사업이 잘 됐다. 1년 만에 회원이 500여명에 이르렀고, 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큰 포부를 안고 8년간의 외국 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했다. 창업을 준비하는데,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당시 유명한 IT기업 사장들에게 자필로 투자를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 넥슨의 김정주 사장이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흔쾌히 받아들였다. 넥슨 직원들의 학력은 대단했다. 서울대나 카이스트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연봉은 적었지만 직원들은 밤샘근무를 자원해서 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직원들의 얼굴도 항상 밝았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의 온라인게임을 히트시키며 지금은 시가 총액 8조의 회사가 됐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발랄한 일터 만들기에 한창이다. 직장이 즐거운 곳으로 바뀌어야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나와 뜻이 통하는 사람들과 비전을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꿈꾸며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넥슨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 10명과 모바일 게임회사를 설립했다. 2년이 지나니 직원은 40명으로 늘었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전국에 15개 회사가 경쟁자였지만 2년 후에는 2800개나 됐다. 시장의 트렌드는 바뀌고 있었는데 우리는 공장처럼 게임만 찍어내다가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뼈저린 실패의 교훈을 안고 다시 창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번엔 대학생들과 창업을 준비했다. 비슷한 또래에서 창업 동료를 찾기가 어려웠다. 모두들 스스로가 ‘나이가 많다, 이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창업에 꿈을 갖고 있던 대학생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를 하나씩 모았다. 3년은 월급을 못 준다. 그래도 함께 하겠냐고 했더니 대부분 승낙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2008년 현재의 레인디를 차렸다. 길거리 위치기반 정보 서비스인 플레이 스트리트라는 서비스로 뉴질랜드, 호주에 진출했고 2010년에는 싸이더스HQ와 함께 위시쿠폰이라는 소셜커머스 서비스도 시작했다. 플레이 스트리트는 3년 차 25억 규모의 수익으로 돌아왔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몇 억 정도 빚질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대부분 멈칫거린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여자 친구 말을 절대로 안 듣고 네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느냐고도 물어본다. 다들 고민한다. 그런데 리더는 은행에서 돈을 빚지거나 목표를 방해하는 사람들과 연을 끊을 정도의 굳은 각오가 있어야 한다. 기업을 책임져야 하는 리더가 그런 걸로 방해받으면 안 된다.
 
창업한 후 1년간은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힘든 환경인데도 창업 붐에 편승해서 CEO라는 단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가차 없이 그 꿈을 접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근성 있고 명확한 비전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다른 벤처 기업의 합류를 권유하기도 하고, 자신의 역량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와준다. 레인디에서 육성 중인 인큐베이터 기업의 몇몇이 그렇게 자기 길을 찾았다.
 
기업의 본질은 고용 창출과 매출 상승이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장사치가 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가 내세운 첫 번째 철학은 ‘대학생들을 버리지 않는다’였다. 대학생들이 뭘 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과감히 아니라고 했던 것이다. 구글, 야후, 애플,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 모두가 대학생들이 창업했다. 열정적인 사람들과 무언가를 이뤄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꿈이 되는 것이 바로 기업가이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건, 자녀들이 미래에 창업하겠다고 할 때 ‘아빠,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창업하기 힘들어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실리콘밸리 수준은 아니더라도 행복하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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