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성공 스토리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열리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6월 11일까지 모두 11번의 강좌와 발표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최종일(아이코닉스 대표)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광고기획 회사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언젠가부터 내가 직접 만든 콘텐츠로 대중들의 최종 평가를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1995년부터 애니메이션을 시작했지만, 성공작인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년에 나왔다. 8년간 단 한 편도 성공하지 못했다. 1997년 처음 제작한 ‘녹색전차 해모수’는 제작비의 30%를, ‘레스톨 특수구조대’도 60%의 적자를 냈고, 애니메이션 회사 창립 후 만든 ‘수호요정 미셸’도 일본 작품인 ‘포켓몬스터’와 맞붙어 참패했다.
 
한국애니메이션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봤지만, 텔레비전 시청률이 좋으면 사업성이 나빴고 작품성이 좋으면 시청률이 떨어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하면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 수 있을지, 사업은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 충분히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그제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아이코닉스를 만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굳건한 각오로 신나게 일을 했지만 회사 설립 후 처음 몇 년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서정적인 이야기와 아름다운 영상으로 완성도를 높인, 반드시 ‘될 것’만 같았던 작품에도 아이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고 꾸준히 실패 요인들을 학습하고 분석해나갔다. 그리고 곧, 그동안 애니메이션을 보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보여주면 좋겠구나’라는 생각만 해왔음을 깨달았다.
 
이후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유아용 애니메이션 시장을 비교한 후 비교적 경쟁자가 적은 유아용 애니메이션 시장을 선택해 기획했다. 유아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인 만큼 그 또래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골라야 했다. 토끼, 강아지, 고양이 등은 이미 유명한 캐릭터가 너무 많았다. 이왕이면 애니메이션에서 다뤄지지 않은 동물을 찾다보니 펭귄이었다. 하루일과가 끝나면 사무실에 남아서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얻은 아이디어가 ‘뽀로로’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해답을 얻었다. 교훈을 전달하는 데 치중해 재미를 소홀히 했던 기존의 유아용 애니메이션과의 차별화를 꾀하기로 했다. 분명 교육적인 부분을 버릴 수는 없지만 그것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재미와 공감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 녹여내기로 했다. 아이들도 보편적인 정서를 갖고 있고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존재인 만큼 무조건 가르치는 것보다 ‘이야기’를 전하는 편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EBS를 통해 첫 방송이 나간 이후 아이들은 금세 ‘뽀로로’와 친구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주요 시청층인 유아들의 집중력을 고려해 5분 내외의 짤막한 에피소드가 이어지게 만든 것도 유효했다.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의 이야기, 내 친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캐릭터의 성격을 설정하고 에피소드에 일상생활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것도 고려했다. 따라서 주인공 ‘뽀로로’뿐 아니라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도 구체적인 성격을 부여했다.
 
2003년 텔레비전 방영 이후 뽀로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애니메이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이 들어오지 않았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애니메이션 특성상 방송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기는 어렵고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궁리 끝에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기로 하고 우선 책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를 두드렸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결국 거의 이윤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출판사를 설득한 끝에 한 출판사를 거쳐 유통에 나섰다. 그런데 상상할 수 없는 반응이 왔다. 2주 초판 매진, 2쇄 2주 만에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라이선스 계약들이 이어졌다. 현재 1600여개 캐릭터 상품으로 뽀로로가 판매되고 있다.
 
수많은 실패 경험이 지금의 뽀로로를 있게 했다. 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그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그것을 피하는 방법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그것이 노하우가 됐다. 실패가 쌓이다보니 점점 실패의 가능성이 줄고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쉽게도 도전을 하고 열심히 해보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 나가다보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반대말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좌절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에서 성공의 그림자, 지름길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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