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일(국어교육과 명예교수)
말의 뜻(의미)을 모르면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법이다. 언어를 지배하는 자(나라)가 세상을 지배한다.
 
지난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의 모색’ 세미나 토론장에서, 이른바 정부 요직 인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정치학의 대석학들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한반도’란 말을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현장을 나는 지켜보았다. 뿐만 아니라 한ㆍ중ㆍ일 연례 심포지엄에서도[2013.5.6.], 유독 일본인 발표자는 일본말로 ‘강한도(韓半島)’를 쓰면서 지정학적으로 영토 문제를 강하게 언급하고 있었다.
 
발표자들이여! 국제 학술회의나 학술심포지엄 토론장, 특히 남북통일을 바라는 자리에서, 더구나 통일을 외치는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일본식 ‘한반도’란 말을 굳이 써야 하나.  왜 ‘한반도’란 말을 쓰면 안 되는가? 그 까닭은 언어가 세상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한반도(韓半島)’란 표현은 지난 역사에서 일본이 ‘절반만 섬’이란 뜻의 ‘반도(半島)’로 규정하여, 이 땅을 일본 열도(列島)에 편입시켜 속도(屬島)로 삼아 속국(屬國)으로 식민지화하려는 일본인의 저의가 짙게 깔린 용어이다. 여기 ‘반도’란 조선의 비칭이며, 침략자 쪽에서 일본이 우리를 모욕하기 위해 ‘특별히 사용한 용어’임을 알아야 한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우리 역사와 정치를 왜곡시킨 말이다. 동시에 ‘한반도’는 우리의 영토(領土) 분쟁과도 뿌리깊이 연관된다(최규일, 『일상생활에서 버려야 할 언어 유산-일본식 말』, 국회도서관보 2005년 8월호, 70~86면 참조). 이러한 뜻을 모르고 무심코 지금까지도 계속 이 말을 사용함은 우리의 민족정신에 관한 모욕(굴욕)이다.
 
늦었지만 우리가 도저히 써서는 안 될 일본인의 속셈이 담긴 일본식 한자어임을 자각하자. 더구나 의식 있는 지성인이라면, 이 말은 이제 버려야 할 언어 유산(遺産)이요, 폐기처분하여 쓰지 말아야 한다. 엘리엇은 “지성인(엘리트)이 되려면 언어불감증에서 퍼뜩 깨어나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우리나라가 1950년 6ㆍ25전쟁으로 분단국이 된 이래로,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分斷國)의 서러움과 고통을 극복하여 해결해 가야 할 즈음에, 게다가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야 할 대한민국이 자칭 반도(半島)임을 인정해야 하는가?
 
‘말과 글의 표현이 하나의 숙명(론)인가, 운명(론)인가?  이처럼 ‘한반도’란 말에 담긴 뜻도 모르고 너 나 없이 함부로 이 말을 쓰며, 평소 대다수 사람들이 언어 표현에 무관심하여 소홀히 지나쳐버리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잘못된 언어 습관은 고쳐야 한다. 국어는 일상생활에 삶의 기초가 되는 나라의 기본법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이 기회에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의 ‘한반도’는 바꾸어 우리말로 바로 고쳐야 한다. 말을 바꿀 때는 앞뒤 문맥에 따라 잘 어울리는 좋은 말을 찾으면 된다.
 
국민 행복 시대, 우리의 국호를 살려 ‘대한민국’을 크게 외쳐보자. 이제부터  ‘한반도’란 표현은 버리자. 특히 일본의 왜곡된 용어들을 정화(淨化)하면서,  일본식 언어 표현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우리식의 우리말 표현을 하도록 힘쓰자. 그것은 우리의 자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우리말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의 열쇠’를 찾는 이들이 많을수록 대한민국은 더 빛난다. 나라말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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