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에서 배운 인생/임혁필 (개그맨)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열리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6월 11일까지 모두 11번의 강좌와 발표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임혁필(개그맨)
내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개그콘서트 때 ‘세바스찬’ 코너를 1년 반 동안 했다. 권위 있는 귀족이라고 하자 방송 출연 4개월 만에 아파트와 차를 샀다. 어디에서나 귀족처럼 대접받았다. 그런데 매일 ‘나가 있으라’고 하니 말처럼 방송에서 나가 있게 됐다.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때 방위 판정을 받았지만, 현역으로 입대하고 싶었다. 끝내 부모님 몰래 해병대에 지원했다. 옆 부대에서 병사 한명이 자살을 했다. 우리 중대장이 병사들을 모아 ‘해병대는 싸우는 곳도 전쟁을 준비하는 곳도 아니다. ‘참고 기다리는 걸 배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 때 들은 말을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

열매 맺기는 끈기와 기다림의 산물

전역후 학교로 돌아왔다. 지방대학 미술 전공이었다. 전국 대회에서 상 한 번 타기가 어려웠다. 다른 직업을 찾아야 했다. 유별나게 웃긴 후배가 있었다. 주위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벽장 안에 몇 시간 숨어 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개그맨 시험을 같이 보기 위해 그 후배를 꼬드겼다. 마침 그 후배 역시 개그맨이 꿈이었다. 그는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박성호다. 개그맨 시험은 삼수가 기본이라지만, 단번에 붙었다. 합격 전화를 받고나서 ‘외제차, 아파트, 예쁜 여자친구’가 머릿 속을 스쳐갔다.
 
하지만 현실은 긴 무명 생활이었다. 개그맨이 됐어도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이대로 개그맨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박준형과 후배 몇 명이서 소극장으로 갔다. 50석쯤 되는 소극장에서 열심히 공연했다. 점점 마니아층이 늘면서 입소문이 나자 누군가 ‘개그하고 싶다’며 우리를 찾아왔다. 워낙 어려운 생활을 하던 터라 돌려보냈다. 매일 전단지 돌리고, 무대를 설치하며 고생하지만 월급도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곧 그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합류했다. 바로 정형돈이다.  
 
소극장에서의 개그 경험이 바로 실전연습이 됐다. 여럿 재능 있는 친구들이 합류하면서 ‘진짜’ 재미있는 개그가 나왔다. 청년백서, 땅그지, 갈갈이 삼형제, 도레미 트리오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콘서트 코너들이 만들어졌다.
 
드디어 TV를 통해 얼굴을 알리게 됐다. 소극장이 유명해지자 고등학교 2학년인 남학생이 찾아왔다. ‘공부나 열심히 해라’며 돌려보냈다. 다음날 그 남학생이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 보통 아버지 같았으면 자식을 혼냈을 텐데 ‘우리 효종이는 개그를 해야 한다고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애정남’으로 이름을 알린 최효종이다.
 
개그맨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갈구하고 준비해서 이뤄진다. 화려함보다는 힘들고 우울하고 고생하는 곳이 개그계이다. 개그콘서트 1기, 2기만 하더라도 참여하는 개그맨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가 만든 코너는 소극장에서 이미 검증받았기에 재미가 있었다. 몇 년간 다듬어서 나온 코너여서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하나 둘 씩 TV에 나오기 시작해 10개 코너에서 5개를 우리 소극장 출신 개그맨이 연기할 정도였다.
 
한국의 코미디프로 대명사는 ‘개그콘서트’다. 1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시청한다. 개그는 경쟁이다. 선후배가 따로 없다.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느냐에 따라 갈린다. PD들 역시 개그맨이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면 방송에 출연시키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이 내친다.

마술ㆍ마임 접목한 펀타지쇼 개척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의 마라토너와 비슷하다. 끈기와 인내, 자기와의 싸움이 중요하다. 한방을 노리고 100m 달리기를 하듯 뛰어들면 살아남지 못한다. 최근 강연 요청이 많다. 강연을 위해 자기계발서 50권 정도를 읽었다. 책에 나온 좋은 이야기는 사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꿈을 생생하게 꾸어라’, ‘새벽 4시에 일어나라’, ‘독서를 매일해라’,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해라’, ‘마감 시간을 정해놓고 일해라’, ‘꾸준한 운동을 해라’ 등. 하지만 실천하려는 끈기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한 일주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보지만 한 달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 헬스클럽은 1월에 매출이 제일 높다가 서서히 줄어든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펀타지쇼’라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펀타지쇼는 마술쇼, 버블쇼, 그림자쇼, 마임쇼, 광대쇼, 샌드애니메이션 등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으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다. 기획, 연출, 제작, 주인공도 혼자서 하고 있다. 2년 동안 돈을 투자했다. 포스터 들고 거리 홍보도 다녔다. 험난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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