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열리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는 1학기의 경우 6월 11일까지 모두 11번의 강좌와 발표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됐습니다.


▲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1980년대에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이 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요즘은 ‘더 큰 대한민국’이라고 말한다. 이는 국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개념이다. 경제영토는 그 나라의 무역규모를 통해 얘기한다. 문화 영토는 특정 나라의 문화를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이 퍼트리냐에 달려 있다. 싸이의 한류 바람 덕분에 단군 이래 우리의 문화영토는 가장 넓어졌다. 얼마 전 우연히 읽어 본 책의 제목에 깜짝 놀랐다. ‘성공한 나라 불행한 국민’이라는 책이었다. 국력이 신장되고 국격도 높은데 정작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다.
 

성공한 나라 불행한 국민

우리나라는 경제는 물론이고 한류로도 잘 나가고 있다. 개국 이래 가장 잘 먹고 잘 사는 시대다. 전 세계 어디서든 대한민국은 어깨 펴고 산다. 성공한 나라인데도 국민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하는 유일한 나라, 올림픽 금메달 5위, 국가 신용등급은 이미 일본을 넘어섰다. 1인당 소득 전세계 8위, 영국 이코노믹스에서 예측한 순위로 ‘2030년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8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정반대다. OECD국가 중 32위로 최하위권이다.
 
국민들은 불행하다.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개인의 행복은 정부가 모두 책임지지 못한다. 개인의 행복은 개인이 만들어야 하는데, 스스로 가꾸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국민이 행복하려면 두 가지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사회, 치안, 보건을 책임지고, 개인은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우리나라가 사회봉사와 기부금 등을 종합해 점수를 내는 ‘세계나눔지수’는 전세계 45위에 그쳤다. 아프리카의 가나와 수단과 같은 순위다.
 

봉사와 나눔이 곧 행복, 기부문화 활성화를

우리 국민들도 ‘헬퍼스 하이’(Helper룏s High)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때이다. 조건 없이 남을 도와줄 때 느끼는 행복감이다. 할리우드의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내가 번 돈에 1/3은 나를 위해 쓰고 1/3은 가난하고 힘든 이를 위해, 지금 쓰고 1/3은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안젤리나 졸리는 왜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남을 돕는 데 투자할까. 이를 통해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직접 체험해보니 그 나라 국민들은 복지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봉사와 기부가 몸에 뱄다. 조건 없이 남을 도왔을 때 느끼는 행복감을 어릴 때부터 알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민국 최고의 CEO들을 모아놓고 최고경영자 과정을 진행하면 성공하는 이들은 남을 도우며 사회를 이롭게 하고 이를 통해 자신감과 자긍심을 얻는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국민총생산지수는 물질적, 생산적 효율성 등을 따진다. 요즘 시대는 다르다. 먹고 살만해지면 패션, 디자인, 문화, 아트로 관심사가 바뀐다. 국민총행복지수는 심리적인 요인이다. 만족이나 공정 등의 요인으로 측정한다. 국민총매력지수 역시 심리적이다. 예술과 문화가 척도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노동의 개념도 바뀌었다. 마음고생 시대다. 농사짓고 벽돌 나르던 육체노동에서 정보, 지식, 기술을 활용하는 정신노동으로 바뀌었다. 최근엔 또 바뀌었다. ‘감성 노동’이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 소통이고 머리와 머리를 연결하는 건 두통이다. 
 
자신의 실력만으로 성공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3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다. 실력에 담력, 매력까지 있어야 한다. 실력이 비슷할 땐 담력이 센 사람이 이긴다. 팽팽한 경기에서 누가 더 용감하고 침착하며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는가가 승패의 중요 요인이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게임이 안 된다. 담력이 다르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이 담력 면에서 이미 최강이다. 다음으로 매력이다. 매력은 사람을 잡아당기는 힘이다. 아름답고, 당당하고, 밝아야 매력이 있다. 우리 선수들은 표정도 밝고 말도 시원시원하게 한다. 게다가 멋도 낼 줄 안다.
 
이제는 실력, 담력, 매력이 있어야 살아가는 세상이다. 인간은 타고난 잠재능력의 백분의 일도 쓰지 못하고 가는 존재이기에 뜨거운 마음으로 매진하는 사람이 성공하게 돼 있다. 세계적인 최고 CEO들의 공통점도 바로 이 열정이었다. 합심은 팀워크이며 소통이다. 개인주의를 넘어 우리의 목표를 이해하고 감독의 뜻을 살리고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작품이 나온다.
 
라오스처럼 모두가 가난해서 행복지수가 높은 곳이 있는 반면 선진국형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부유하면서도 공정성, 사회 정의, 법질서, 봉사 기부하며 사는 나라다. 우리나라가 선진국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상생’이 필요하다. ‘내게도 좋고, 상대방에게도 좋고, 사회에도 좋은가?’ 이 세 개가 충족돼야 진정한 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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