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혁/TEDxSeoul 오거나이저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열리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는 1학기의 경우 6월 11일까지 모두 11번의 강좌와 발표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됐습니다.


▲ 송인혁(TEDxSeoul 오거나이저)
경북대 컴퓨터학과 학사 및 KAIST 전산학과 석사를 마친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8년간 근무했다. 처음 국내에 테드를 들여온 것은 TEDxSAMSUNG이었다. ‘TED’ 컨퍼런스는 지식공유 네트워크로 사회, 경제, 문화, IT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강연 또는 SNS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TEDx란 형식으로 다양한 강연과 이벤트를 개최하며 각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지구촌 지식 나눔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목마름이 세상을 바꾼다

‘메트로놈 이펙트’란 말이 있다. 동일한 속도의 메트로놈 다섯 개를 서로 다른 시점에 켜놓으면 한동안은 각자의 박자대로 움직인다. 이것을 얇은 판 위에 올려 놓으면 금세 같은 박자에 맞춰진다는 것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능력이 제각각이지만 같은 판 위에 올라서면 결국 똑같아진다.
 
2007년 애플에서 아이폰을 출시했다. 전세계의 반응이 뜨거웠다. 삼성으로서는 당장 새로운 판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됐다. 미국은 우리와 무엇이 다르기에 애플,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는 걸까. 조금만 잘해도 억만장자가 되고 내로라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왜 회사에서 커피조차 못 마시게 하는 것인지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골머리를 앓던 내가 상사를 졸라 2주 휴가를 받아 미국으로 갔다.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미국 현지에서 ‘도대체 뭘 해야 할까’,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무기력감이 엄습해 왔다. 그러던 중 한 회사에서 인생을 뒤바꿔놓은 사건을 맞닥뜨렸다. 견학 회사직원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는 피자파티에 참석했다. 직원들이 퇴근후 일주일간 있었던 고민을 공유하거나 각자 생각하는 사업 모델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그 현장에서는 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들이 오고갔다. 파티에서 사람들간의 관계와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며 정서적 교류와 관심 네트워크를 만드는게 얼마만큼 중요한 일인지를 알 수 있었다.
 

‘정보’가 아니라 ‘인연’ 중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된다. 바야흐로 ‘정보의 시대’가 아니라 ‘인연의 시대’이다.  남들이 뭐하는지 몰랐을 땐 대중에 나를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 ‘저거 괜찮은 거 같은데’, ‘나도 입고 싶은데’라고 주저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이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끼리끼리의 관심이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서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진다. 예전에는 광고를 통해 ‘이거 사십시오’하면 팔렸지만 이젠 이런 광고는 안 먹힌다. 어쩌면 애플은 이미 이 같은 흐름을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들 간의 관심사를 녹아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인간은 정서적인 동물이기에 정서적인 합리화, 곧 ‘WHY’에서 ’WHAT’으로 접근하는 것이 빠르다. 최근에 속속 나오는 휴대폰은 ‘스펙’이 아니라 ‘감성’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한다. 사람들은 정서적인 것에 끌린다. 따라서 정서적인 SNS의 ‘관심 네트워크’가 가치를 만들고 널리 확산될 것이다. ‘테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우리는 콘서트가 아니다, 우리는 네트워크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테드는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도구이다. 사람들 각각의 관심사에 그들간의 연결이 이어져야 변화도 일어난다.
 

창의력과 혁신의 공통점은 ‘연결’

10대에는 죽어라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막상 대학생이 돼서도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다. 힘든 과정과 경쟁을 뚫고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면 밤낮없이 일만 하다 때가 되면 은퇴를 한다. 이것이 라이프사이클이라고 믿었다.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가 아니라 ‘기브 앤 리치(Give & Reach)’다. 인생은 단계별로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서 얻는 것이다. ‘자기만의 노하우’로서는 더 이상 큰 가치를 얻을 수 없다. 내가 하고 있는 것, 알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퍼뜨려야 한다.
 
누구나 창의력은 경력도 학력도 이긴다고 이야기 한다. 오랫동안 개인의 능력이라고 여겨왔던 창의성의 비밀은 바로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 있다. 그 가치도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한다. 이것이 곧 생각과 생각의 연결이 되고, 혁신이 되는 것이다. 창의성과 혁신의 공통점은 바로 ‘연결’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다면 그 결과물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즉 꿈은 이루는 것이 아니라 꿈에 닿는 것, 진정한 삶은 관계에서 얻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