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기철 시인

응모된 여러 학생의 시들 중 두 사람의 시, 그 중에서도 각각 ‘발톱을 깎으며’와 ‘모람모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시들은 다른 시들에서 많이 보이는 감정의 과잉, 장광설, 상투적 표현 등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결국 두 작품 중 하나를 제외하기가 어려워 가작이라는 편법을 쓰기로 했다. 굳이 하나를 택하라면 ‘모람모람’ 쪽이겠다.
 
‘발톱을 깎으며’는 일상의 작은 행위인 발톱 깎는 일을 통해 화자의 내면을 잘 그려내고 있다. 오랫동안 숙련된 이 행위를 받아 주고 처리해 주는 이는 늘 어머니다. 어머니에 대한 나의 마음이 발톱깎이의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전기 뱀장어로부터 어머니의 청춘까지 이어지는 상상력의 전개는 구도가 잘 짜여진 사진 같이 명쾌하다. 그러나, 이것 이외의 것은 헐렁한 것들이 많고, 이 작품도 당선작으로 하기엔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모람모람’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읽는 이에게도 물컹 전달 되어 가슴을 적신다. 조약돌, 물수제비, 징검다리, 종이배로 이어지는 이미지들이 품고 있는 또다른 의미들, 애이불상(哀而不傷)의 목소리는 커다란 울림을 준다. 이 학생의 시들은 개성적이다. ‘그 날의 모든 입자들이 바람을 타고’는 ‘모람모람’과 같이 지난 것들에 대한 허망함을 조금 다르게 변주하고 있다. 이 학생의 특장은 이런 시들에 있는 것 같다. 그 나이에 경험하는 절심한 감정들이 절절하게, 시적으로 나타난다. 그 절실함이 군데군데 적절한 비유와 만나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나는 심사 후 마신 낮술을 떨쳐 버리려고 하귀 행 버스를 타고 가서 가문동 포구 옆에 있는 초계미술관 창가에 앉아 다시 이 시들을 음미했다. 나도 바다를 향해 돌을 던졌는데, 먼 목소리가 돛배에 실려 모람모람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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