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산이 어둑해지는 시간
 울긋불긋 물기가 묻은
 조약돌 하나를 집어들었다
 돌아가는 해는
 뒷모습을 남겼고
 한 줌의 약속은
 언젠가 퐁당 빠져버릴
 물수제비였을 뿐
 노을은 가을을 부르고
 기억 속에서
 봄도 여름도 불그스레 물들면
 너의 눈이 놓아주는 징검다리를 건넜던
 푸르기보다 시리던 날들을 생각했다
 그리하여 노을도 지고
 그림자만이 남은 시간에는
 어느덧 손에 쥐었던 따듯함과
 소곤대던 목소리도
 종이배처럼 모람모람 밀려만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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