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회(교육학과 교수)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를 염원한다면 뉴욕, 런던, 홍콩과 같은 세계도시가 걸어온 길을 학습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나이론콩(Nylongkong)’이라는 신조어는 뉴욕(New York: Ny), 런던(London: lo) 그리고 홍콩(Hong Kong: kong)의 합성어이다. 사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한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고로 우뚝 일어선 도시로서, 뛰어난 적응력과 개방성 그리고 다문화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항구도시라는 것이다. 제주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홍콩은 ‘아시아의 세계도시(Asia's World City)’를 추구하고 있다.
 
홍콩의 역사와 교육
홍콩은 1997년 7월 1일에 중국으로 반환됨에 따라, 중국과 1국 2체제(One China, Two Systems)의 자치정부로서 공식명칭은 ‘홍콩특별행정구’(The Government of the Hong Kong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이하 ‘홍콩정부’라고 함)이다.
 
정부형태는 행정수반책임제이며, 2047년까지 외교, 군사를 제외한 부분에서 독자적인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2013년 현재, 홍콩의 인구는 약 720만 명으로 제주도의 12배가 넘는 인구가 제주도 면적 5분지 3의 작은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구의 약 95%는 중국인이며, 언어는 중국어를 공용어(廣東語)와 상용어(普通語)로 하고 영어를 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1인당 GDP는 34,049달러로 높으며,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의 4대 수출국이다.
 
홍콩은 역사적으로 영국의 통치기를 겪으면서 도시국가(City State)로서 영국 시스템과 유사한 교육제도 및 학제를 발전시켜 왔다. 홍콩정부는 6~15세까지 우리나라와 같이 9년간의 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홍콩의 학제는 6(초등학교)-3(초등중학교)-2(고등중학교)-2(제6과정)-3(대학교)의 복잡한 구조였으나, 2004년 학제변경안에 따라 2009년부터는 6-3-3-4 학제로 간소화 되었다. 그리고 홍콩은 PISA성적에서 핀란드에 이어 우리나라와 우위를 경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지난달 5일 홍콩교육대학교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학술대회 발표자들의 기념촬영.
홍콩의 교육개혁과 대학교육
홍콩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국제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각종 데이터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홍콩 교육개혁의 핵심은 2000년 교육개혁위원회가 설정한 ‘삶을 위한 학습과 삶 속에서의 학습(Learning for Life, Learning through Life)’이라는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교육개혁의 중점사항으로는 입학 시스템 및 공정한 평가와 시험의 개혁, 교과과정의 개혁 및 교수 도구의 개선, 교수-학습 평가 매커니즘의 개선, 중등 및 고등교육에서 평생학습의 기회 확장, 효과적인 자원 배치 전략, 교사의 전문성 신장 및 현장 교사 지원 방법 모색 등이 열거된다.
 
이러한 홍콩의 교육개혁을 요약하면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선택, 경쟁 그리고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성이며,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국민교육뿐 아니라 국제교육과 대학교육을 강조하는 것이다.
 
홍콩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요한 전략으로 대학교육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어 왔다. 이를 위해, 홍콩정부는 전체 예산의 약 23%를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제3차 교육(우리나라의 전문대학)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홍콩의 대학들은 철저히 국제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교육목표를 갖고 있으며, 모든 학과의 교과목은 국제화에 맞게 편성되어 있다. 공공기금으로 설립된 교육프로그램에서 외국인 학생비율은 전체 학생 수의 10%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부족해 현재 홍콩정부는 국제화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하는 중이다.
 
사실 홍콩의 대학은 1994년 이전까지만 해도 17~20세 학생들의 9% 미만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대학의 수가 부족했었다. 하지만 1995년 이후는 침례대학, 이공대학, 사범대학 등이 정규 대학으로 승격되고, 홍콩과기대 등이 설립되면서 8개 대학으로 확대되었고, 사립대학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홍콩 학생의 약 30%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세계의 명문대학인 홍콩대는 1911년에 설립되어 100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아시아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하였다.
 
2013년 세계 대학평가에서 홍콩대는 36위(서울대, 41위), 아시아 대학평가에서는 홍콩과기대와 함께 1위(서울대, 4위)를 차지하였다. 홍콩대의 성공요인은 세계적 권위의 저명한 외국 교수의 영입, 각종 교육규제의 완화, 교육과정의 다양화, 국제화 및 특성화 그리고 중국계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 50대 초·중반의 총장 초빙으로 압축된다. 특히 홍콩대는 새로운 100주년을 향하는 개혁의 핵심가치로 학생중심, 질(평가) 중심, 단과대학단위의 책임경영제를 실천하며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대와 제주도의 제주대
홍콩대를 포함한 세계 유수한 대학개혁의 공통점은 대학을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초기지로 인식하고 대학교육의 질 관리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명문대학들은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산학협력을 강화하며, 자율성과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홍콩대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외부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방분권적 요소가 녹아진 중앙집권적 교육행정체제와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한 대외지향적 ‘교육의 국제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최근 건국대는 2013년 아시아 100대 대학에 진입하며 국립대를 포함한 국내 대학 중에서 13위를 차지했다. 그 기반은 과감한 투자, 우수한 교수 그리고 국제화의 3박자였다고 한다.
 
차제에 우리 제주대학교도 글로벌 역량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국제학부’ 설립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 저기 분산된 학내의 국제 관련 업무를 통합하고 관련 학과를 융합하여 제주도 지정학적 여건에 맞는 ‘창조적 변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2013년 7월 25일 체결된 제주대와 홍콩대 간의 MOU는 외적인 성과보다 그 내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제주대학교가 한라산 중턱에 있다는 것이 고마울 때가 많다. 제주지역의 현실에 매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먼 거리가 아닌 지척의 거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대의 외관은 마치 모진 비바람이 칠 때면 납작하게 엎드려 그 환경을 소화하며 해배(解配)를 고대하는 낮은 포복의 형상이다. 그러나 풍겨나오는 내공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태평양을 사모하는 이상과 미래를 품고, 바닷가 제주의 현실을 보듬기 위해 지역사회로 출출세간(出出世間)하는 당당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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