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는 제주대에서 나온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대학원을 다니게 된 계기와 대학원 생활은 어떠셨나요?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불법 공부를 하며 살다보니 대학교 때 공부를 많이 못한게 후회스러웠다. 다른 사람의 권유로 행정대학원을 다니게 됐지만 그 이면에는 예전 제주대 영문과를 자퇴해 공부를 다 마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영문과 1년을 다녔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40여명의 학생 중에 여학생은 3명 정도에 불과했고, 남학생들이 놀림의 대상이 됐던 기억이 난다. 영문과를 자퇴하고 다시 복학을 해보려고는 했으나 그 때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복학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원 생활을 열심히 하려 했으나 기대했던 강의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았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창립되어 인도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자 노력하는 단체이다. 이곳에서는 봉사자들을 돕는다든가, 봉사하고 싶은자에게 자문을 해주는 등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많은 봉사를 한다. 다른 봉사단체들도 많지만 적십자는 더욱 뚜렷한 봉사정신을 가지고 일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수한 사람만이 자원봉사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인구의 80%가 자원봉사를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이 배워야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봉사 점수를 위해서라도 봉사를 많이 했으면 한다. 어렸을 때 인위적으로 봉사를 시킴으로써 점차 봉사를 배워가는 것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에서 일하면서 힘든 점이나 보람은.

 “봉사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힘이 든 것이 봉사다. 적십자에서 일 할 때에는 그런 강박감 때문에 힘이 들었지만 작은 봉사를 할 때에도 감사한 표정을 지으며 격려의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위안이 많이 됐다. 그래서 지금은 봉사가 내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고 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듯이 적십자 활동을 할 때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봉사를 할 때 가장 보람된다.”

-선생님의 좌우명과 철학은.

“매일 아침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살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일하는 것도 싫어하면 하루가 행복하지 않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또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일을 만들어라’라는 말을 줄곧한다. 길에 떨어진 꽁초를 줍는 등 한가지라도 좋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남을 위해서든 나를 위해서든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년 동안 적십자만 바라보며 한 길만을 걸어왔다. 한 길을 걸으면서 욕심을 내지도 자신만 잘났다고 거만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좌우명을 ‘욕심 내지 않으면서 벗을 사귀고 자신이 언제나 잘났다고 거만하게 행동하지 않으면서 살자’로 정하고 이제까지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또 적십자에 진출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은 이모님이시다. 이모님은 제주도 초창기 적십자 부회장 직을 지내셨는데 그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아 나 역시 적십자에 몸을 담게 됐다.”

-인재가 나오기에 제주도란 지역은 어떠한 특성이 있다고 보는가.

 “제주도 사람들은 강인하기 때문에 제주에서 많은 인재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에 제주여성들이 많이 진출한다면 남성들 못지않게 자신의 일을 수행해 낼 것이다. 예전에는 제주도가 지리적으로 특수적인 요건이 조성돼 있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인 회의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경시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회의장에 가서도 떳떳하게 제주출신임을 밝힐 수 있다. 이럴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만의 강인한 모습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취업난으로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의 상실감이 큰데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예전부터 3D현상이라하여 힘든 일은 안할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중에는 대학을 졸업한 것을 숨기고 밑바닥에서부터 일하는 이들도 많다. 가끔 밑바닥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물으면 ‘이런 일을 통해 인생을 느끼고 싶어서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 뿌듯하다.‘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으로 많은 청년들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그 중에는 맡바닥에서 뭔가를 깨우치기 위해 일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절대 낙심해서는 안된다.

제주대 학생들 중에도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많겠지만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이다. 좋은 직업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면서 일을 배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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