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희(과학교육과 생물교육전공 교수)

지난달 27일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의 개편안에 따르면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 하에 도입된 수준별 수능은 올해 처음 시행된 후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한국사 필수 지정, 문ㆍ이과 융합 등 수학능력시험의 기본 골격이 또 한번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에서는 수능 제도가 지난 20년 동안 17차례나 변경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A, B형으로 나뉘는 수준별 수능은 실시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미 수리 영역을 계열에 따라 가/나형으로 나누어 시험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과목까지 수준별 수능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수험생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된 수준별 수능은 사실상 시행 일 년 만에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듀팟’이라고 불리는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은 도입 당시만 해도 마치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현장에서 에듀팟을 거론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기 5백여 억원을 투입해 수능 영어 시험을 대체할 것처럼 추진하던 국가영어능력시험평가(NEAT)도 폐지될 것으로 예고되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우리의 교육 정책은 그것을 믿고 그대로 이행하는 사람들이 왠지 손해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만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잦은 정책의 수정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켰고, 이러한 불안감을 바탕으로 사교육 시장의 팽창이 지속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교육의 내실화를 주장하며 도입된 제도들이 결과적으로는 사교육의 확대를 가져오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을 보면서 우리의 교육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 첫째로 대입제도의 잦은 수정은 교육 정책이 견지해야 할 안정성과 지속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여 결과적으로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구성원의 양성이라는 교육의 중요한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1, 2년 후에 벌어질 일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20년, 30년 후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로 교육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여론 수렴의 과정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소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교육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당국의 노력들이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교육 정책의 변경은 더 많은 불만과 우려를 야기시킬 뿐이다. 어찌보면 근본적으로는 대입 제도에 관한 내용이 마치 교육 정책의 전부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대입 제도에만 매몰되기보다는 교육의 전반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를 토대로 교육 정책을 장기적으로 수립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은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사람들은 ‘일년대계’ 또는 ‘오개월대계’라는 말로 교육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 동력이다. 이는 우리의 교육이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