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공우(무역학과 교수)

우리나라에 근대적인 대학이 설립된 것은 대부분 구한말 및 일제강점기에 전문학교란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제 100년을 조금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학이라는 명칭으로 교육기관이 설립된 것은 일본 정부가 1924년에 설립한 경성제국대학(서울대학교 전신)뿐이었다.
 
광복 후 전문학교가 모두 대학으로 승격하였고, 해방후에 많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전국각지에 설립되었다. 특히 대학설립이 자율화된 DJ정부와 YS정부를 거쳐 현재 대학의 수와 정원은 신입생의 지원자수보다 대학정원이 많아지는 추세에 있다.
 
이러다 보니 이젠 각종 매체에서 대학의 신입생유치를 위한 광고까지 하는 현실이 되었으며, 정부에서도 학자금 재정지원 제한대학과 부실대학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60, 7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은 순수학문을 연구하고 정의와 진리를 부르짓던 ‘상아탑’이라고 불리었다. 그럼 요즘의 대학은 어떠한가? 대학의 총장은 기업가처럼 재정을 확충해야 하며, 교수들은 연구를 통해 그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장으로 내몰리고,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영어점수높히기, 자격증취득 등 스펙을 쌓아야 하는 현실이다.
 
지식기반경제사회에서 대학이 해야할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대학교육을 통한 우수한 인재의 육성과 연구를 통한 새로운 지식ㆍ정보ㆍ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각국은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이다. 국내 대학들 간에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자원이라는 것도 공통적인 점이다.
 
최근 일간지에서 대학평가 결과를 특별기획으로 다룰 정도이며, 전국 140여 개 4년제 대학의 주요 학과를 대상으로 한 대학평가는 교육환경, 교수역량, 재정지원, 교육효과 등 4개 부문에서 지표를 개발해 적용했다고 한다. 교육환경 부문에서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교수역량에서는 전임교원의 1인당 논문실적 등을 지표로 다루었다.
 
재정지원 영역에서는 학생 1인당 장학금, 전임교원 1인당 자체연구비를, 교육효과에서는 졸업생 순수 취업률과 재학생의 중도 탈락률 등의 지표를 개발했다.
 
또한 정부(교육부)에서도 교육역량강화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들에게 차등하여 재정지원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도 대학의 순수취업률은 대학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처럼 대학이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부족한 자원을 민간에 의존하고,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 바로 대학이 상업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상업화는 대학을 장사 잘돼는 학과로 통폐합하고, 안돼는 학과를 구조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대학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사립대학의 오너들은 생각한다. 제가 근무하던 대학에서도 같은 전철을 밟아 왔다. 이것이 최근에 대학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며, 수익구조를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면, 평생교육원의 수강인원이 많은 강좌개설, 학점은행제 개설, 전공심화과정, 외부 연구비 유치, 발전기금 유치 등등 여러 가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럼 대학은 어떤 존재이어야 할까? 아카데미와 같은 순수교육기관이어야 할까? 아니면 기술연구소, 지식노동자의 훈련원, 문화교양의 집산지, 상업성을 가진 기업과 같은 것일까? 필자는 생각해 본다. 정부의 기능도 시대에 따라 변하듯이 대학도 변해야 한다. 즉 대학구성원 모두가 변화해야한다. 교수는 교육과 연구와 봉사, 직원은 행정서비스 제고를 통해 능률 향상, 학생은 실용학문과 본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지나친 상업화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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