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욱/JDC 이사장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11월 26일까지 모두 10개의 강좌와 프레젠테이션 경연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됐습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김한욱(JDC이사장)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공직에 입문했다. 제주도 행정복지사를 끝으로 2007년 40년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11남매 중 10번째인데,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동사무소에서 일하던 시절, 매일 아침 전봇대에 국기를 계양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친구 집에 얹혀살다 방세가 없어서 청소해주면서 학교를 다닐 정도였다. 실력도 없고 돈도 없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한 대신 9급 공무원으로 일찍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생이 된 친구들을 만나기가 싫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군대에서 제대할 쯤엔 사무관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운이 좋아서 32살에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온갖 고생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꿈 때문이었다. 계획하고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했기에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안 된다, 어렵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토교통부 산하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현재 헬스케어타운, 영어교육도시,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첨단과학기술단지, 서귀포관광미항조성 등 6개 주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만의 천혜의 관광자원에 더해 일자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잘 어우러진 제주를 만들어 가는데 JDC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사업 중 해외투자에 의해 건축공사가 시작된 첫 사례이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이다. 서구와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중국이다. 경제대국인 일본과 중국 가운데 한국이 있다. 그리고 지도를 거꾸로 뒤집으면 태평양을 지나는 길목의 정점에 제주가 있다.
 
제주는 1105년 고려 숙종 때 탐라국이 일개의 군으로 편입되면서 변방의 설움과 한의 역사가 시작됐다. 고려 시대에 몽고가 탐라총관부를 설치해 100년 가까이 통치했다. 조선시대에 와서 왜구가 자꾸 쳐들어오자 예비군 제도를 두기도 했다. 탐라로 부임한 관리들은 한양에 다시 상륙하기 위해 백성들을 차출하곤 했다. 제주도 개발과 관련한 역사는 1910년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제주항이라 불리는 산지항 개발계획이 맨 처음이다. 일제에 의한 산지항 개발은 제주를 개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중국 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군 기지였다.
 
1930년대 들어서 일본은 본격적으로 제주도 개발계획을 만들었다. 항만, 비행, 도로 등 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개발공사가 시작됐다. 이어 제주도 개발계획이 최초로 문서화된 것은 1963년도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의회장을 맡았던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제주항과 서귀포항을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하고 제주를 자유투자구역으로 만들자고 했다. 그때부터 4번에 걸쳐 국제자유도시가 추진되다 엎어지기를 반복했다. ‘홍콩을 따라잡을 수 없다’, ‘중국이 바로 옆에 있기에 안보상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그 이유였다. 
 
1972년에 ‘관광’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중문관광단지가 만들어졌다. 1985년에 제주도 관광종합개발계획을 만들고 3개 관광단지 27개 개발지구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제주도 개발계획의 이면에는 문제가 많았다. 지역주민의 의사와 관계없는 중앙하향식 개발이었다. 도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됐다. 대규모 관광단지를 개발하다보니 지역자본에서도 제외됐다. 개발 이익은 모두 육지로 유출됐다. 1998년 이후 홍콩과 마카오가 중국으로 편입되면서 중국이 1국가 1체제로 간다면 자유무역지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사람과 상품,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를 만들어보자는 여론이 일었다. 지정학적인 이점과 호텔과 골프장 등 휴양시설이 많다는 점,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는 특별한 법령과 제도가 용이하다는 판단으로 시작된 것이 국제자유도시다.
 
21세기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이끌어갈 청년들은 폐쇄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는 중국은 만리장성을 쌓고 로마는 길을 닦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은 3대도 못가서 망했지만 로마는 1000년을 갔다. 개방과 폐쇄의 차이다. 남을 존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해적, 마약, 범죄가 들끓던 싱가포르는 1965년에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탈퇴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라는 타고난 지도자 덕분에 오늘에 이르렀다. 반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 살던 필리핀은 주저앉았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가 구두를 3000켤레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 나라의 수준을 증명하고 있다. 제주 사람들은 배고픈 건 잘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남을 존중할 줄 모른다. 그리고 남의 고난과 배경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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