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성/오지 마라토너

▲ 유지성(오지 마라토너)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사막레이스 그랜드슬램을 2차례 달성했다. 사막레이스 그랜드슬램은 이집트 사하라사막, 중국 고비사막, 칠레 아타카마사막, 남극에서 각 250km씩 총 1000km를 외부 도움 없이 완주하는 극한의 도전이다. 레이서는 배낭에 일주일 동안 먹을 식량과 장비 등을 챙기고 주변 환경과 싸워야 한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는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대기업을 다닐 때였다. 리비아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었는데, TV에서 우연히 사막 마라톤을 접하게 됐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때에는 운동 신경이 둔해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체중이 97kg에 달했다. 운동과 담을 쌓고 살다 사하라사막을 완주하겠다는 일념으로 6개월 동안 살을 빼며 몸을 만들었다.
 

사막레이스 완주한 대한민국 1호 오지 레이서

나름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처음 도전한 사막 마라톤은 상상 이상이었다. 내내 울면서 걸었다. 눈에선 눈물이 쏟아지는데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누군가 등 떠밀어 대회에 참가했다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거다. 사막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진 나머지 회사까지 그만뒀다. 여러분도 도전을 너무 거창하고 엄숙하게 여기지 말라. 생각보다 단순하다. 누군가가 해냈다면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기준과 목표가 있다면 자신만의 철학과 방식을 택하려고 노력해왔다. 방향을 정하고 움직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사막 마라톤을 12년 동안 무려 25번이나 참가했다. 그것도 정글마라톤, 남극마라톤 등 세계의 오지만 골라 다녔다. 오스트레일리아 아웃백 레이스 같은 경우는 그 길이가 무려 560㎞ 정도다. 서울~부산을 갔다가 다시 대전 정도까지 올라올 거리를, 그것도 40℃가 넘는 사막을 하루 60㎞씩 걷고 뛰며 움직여야 한다.
 
오늘날 전문가의 의미는 예전과 크게 다르다. 무엇을 했을 때 철벽을 쌓지 말고 되레 남에게 손을 내밀고 못하는 사람을 끌어올리고 그 사람을 더 높은 곳으로 올려놓는 것이 전문가다. 여태까지 오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큰 부상 없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말 그대로 1만 시간의 법칙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10년 동안 사막을 뛰어다니며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바로 힘 빠진 다른 참가자들에게 물통을 건네며 했던 “아 유 오케이?”(Are you OK?)였다. 이런 노하우를 잘 정리해서 블로그나 브런치 모임에서 모두 공개했다. 자신의 전문적 정보를 공개해서 전체 규모를 키우는 것이 진짜 마니아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최대 오지 트레일러닝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마라닉(마라톤+피크닉)’의 개념을 선보였다. 기존의 전문가를 가장한 꾼들이 자기만을 위해서 만들었던 틀과 장벽을 부수고 모두가 다 함께 즐기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고 싶다.
 
사막 마라톤이야말로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교과서다. 요즘 사람들은 흔히 사회가 원하는 틀에 맞춰 살고 있다.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누구를 위한 세상인지, 나의 세상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여태껏 나를 이끌어왔다. 자신이 무엇을 하던지 주변에 꿈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많이 둬야 한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멀리해라.
 
대한민국 사회는 부정의 사회다. 습관적으로 안 된다는 말을 달고 산다. 사하라사막에 가기 전에 다들 안 된다고 말렸다. ‘살이 쪄서’, ‘운동 안 해봐서’ 별 이유를 댔다. 나는 철칙이 있다. 오지 레이스에서 약은 짓 하는 자, 다른 한국인 이용하는 자, 한국 이미지 먹칠하는 자,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자에겐 용서가 없다.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 되면 1등이라는 성적이 필요 없다. 그냥 최고가 돼버리는 것이다. 또한 꿈은 크건 작건 상관없다. 작은 것부터 달성해나가면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다.
 

고난 이기면 희망이 현실로

인생도 사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항상 어느 순간 고비가 찾아오는데 그때 정신 차리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대회에서 완주를 할 수 있듯이 인생에서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가 있다. 항상 긍정적이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악착스러움이 결국 보다 나은 인생의 완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아무도 없는 거친 황무지를 달린다 해도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고 계속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이 필요하다. 인생은 자신의 선택이며 책임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세상을 만든다는 건 일생에 있어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사막이 아니어도 좋다.
 
여러분 각자의 공간을 한 번 만들어내길 바란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내가 원하는 세상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 스스로가 부품인지 부품을 만드는 주체인지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고민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