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태/트랙터 여행가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11월 26일까지 모두 10개의 강좌와 프레젠테이션 경연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됐습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한국교원대를 졸업하고 학군사관후보생으로 군 생활을 보냈지만, 교사가 꿈은 아니었다. 20대를 여행가로 살며 의미 있는 변화를 겪고 싶다고 생각했다. 트랙터로 전국일주와 세계를 여행하다보니 스스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2008년부터 느린 속도의 트랙터와 함께 하는 여정을 시작해 2009년 3월까지 180일간 트랙터 국토순례를 완주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농어촌의 현주소를 전국에 알렸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최초 100일간 터키 트랙터 횡단 완주, 올해 3월에는 네팔과 인도 등의 실크로드 도보여행 등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게 됐다.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NATO’라는 말이 떠오른다. ‘Not Action, Talking Only’의 줄임말이다. 방학에 배낭여행 계획을 누구나 세우지만, 실제는 생각에서만 그친다. 어느 대학을 다니든지 똑같은 스펙을 쌓고 있다. 20대 황금 같은 시간을 직사각형 테두리 안에 갇혀 보내고 있다. 이 틀에서 벗어나 도전 정신을 갖고 세상을 디자인했으면 좋겠다.
 
트랙터로 전국일주를 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5년 여름,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로 체 게바라를 만나면서다. 영화는 23살의 의대생 게바라가 낡고 오래된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모터사이클로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그렸다. 남미 민중의 현실을 몸으로 체험하는 과정이다. 영화에 감명받고부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여행수단이 멀까를 고민했다.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도보 다 이미 나왔던 거라 빼놓고 경운기나 트랙터를 타고 여행을 간다면 최고의 여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무작정 13장짜리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서울 1위 트랙터 업체에 찾아갔다. 아르헨티나의 리바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트랙터를 타고 여행하고 싶다고 하니 기획 홍보부서의 말단 직원을 불러줬다. 물론 퇴짜였다. 국회의원을 찾아갔다. 성과 없이 돌아왔다. 결국 포기하고 군에 입대했다. 시간이 흘러 제대를 하려니 막막했다.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는데, 일단 국내에서 트랙터 여행을 완주하면 외국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38장짜리 발표 자료를 만들고 한국농업기계학회 회장님에게 편지를 썼다. 도전 정신이 있으니 여행하면서 자신의 이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학회장이던 한 대학 교수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누군지 아세요?’라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알고 보니 한 트랙터회사의 이사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원 약속을 받았다. 고향인 경남 하동에서 출발해 6개월 동안 여정이 시작됐다. 어려움에 처한 농민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놓고자 전국 일주에 이어 더 큰 불가능에 도전하게 됐다.
 
그동안 트랙터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하동의 농산물과 특산물을 홍보하고 어려운 농촌 현실을 알리는 데 작은 힘을 보탰다. 여행기간 중 전국의 경로당과 고아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트랙터로 일손을 보태기도 했다. 이후에 여행기를 묶은 ‘80일 간의 트랙터 다이어리’란 책을 냈다. 라디오에 출연하고, 대담 토크쇼에도 출연하고 잡지에도 실렸다.
 
돈이든 사랑이든 성공이든, 삶에서 추구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가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다. 보통은 전자인 목표 지향의 방법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며 목표를 달성하고도 허탈함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시콜콜할 정도의 사소한 습관들이 매 순간을 바꾸고 그 순간들이 모여 삶 전체를 바꾼다. 

말 뿐이 아닌 실천이 앞서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미루지 말고 10분 안에 행동해야 한다. 메일을 받고 답장을 늦게 보내면 호흡을 맞출 시간이 줄어든다. 10분 안에 행동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됐던 리빙 라이브러리 행사에서 국회도서관 관장과 10분간 이야기했던 것을 계기로 방송 리포터로도 활동하고 아침마당, 인간극장에도 출연했다. 그냥 지나쳤다면 있을 수 없던 일이다.
 
메모하는 습관이야 말로 꿈을 이루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꿈을 실천하는 사람 중에 메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성공하려면 무조건 메모해야 한다. 적는 순간 일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꼭 이뤄야만 하는 한 가지 일을 찾아 당장 행동에 나서길 바란다. 그 한 가지를 찾아야 한다. 목표가 없다면, 졸업을 눈앞에 두고 스펙만 좇다 중요한 것을놓칠 수 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었으면 한다. 또 자신만의 명함 하나를 만들어서 가지고 다녔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에게 꿈을 각인시키고 남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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