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11월 26일까지 모두 10개의 강좌와 프레젠테이션 경연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됐습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세계금융위기 사태가 일어난지 4년이 지났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1990년대 중반까지 안정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1995년을 기준으로 2006년까지 미국 주택 가격이 매년 평균 15~16% 정도 상승했다. 그렇게 오르다 2007년에 최고 정점에 달했다가 다음해 주택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했다.

미 주택가격 왜 폭등했나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가격 상승의 조건은 수요증가와 공급 감소이다. 수요증가의 결정요인은 인구, 가구 수, 소득변화 등이며, 공급 감소의 결정요인은 신규 주택의 완공 수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수요가 증가할 만한 요인이 없었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 인구와 가구 수는 연평균 1% 미만의 미미한 성장세였다. 소득수준의 변화도 없었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신구 주택 건설 수는 매년 200만개 수준이었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 요인의 변화가 없었는데도 주택을 처음 구매하는 신규 구매자의 폭발적 증가가 주택가격 폭등을 불렀다. 신규 구매자들은 도심 공동주택에 사는 월세 불입의 저소득층이나 대학가에 살던 대학 졸업자이었다. 이들 신규 구매자들은 교외의 주택을 대거 구매했다. 지역별로는 멕시코계가 많은 캘리포니아, 그리고 플로리다(쿠바계 등) 등 이민자 주거지의 가격이 폭등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10년간 가격 상승률이 약 3배였다. 다른 지역은 약 1.5배 상승했다.
 
겨우 월세 내며 살아갔던 사람들이 갑자기 집을 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소비활성화를 목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폈다. 저소득층과 이민자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이다. 클린턴 정부는 이들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과감한 자금지원 정책을 실시했다. 그 방법은 부동산 담보 대출회사를 설립해 거의 무료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소득이 없어도, 직장이 없어도, 재산이 없어도 대출을 해줬다. 그것도 집 가격의 110% 수준이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2기 집권기인 1990년대 후반에 주택 수백만 채가 팔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그런데 집을 담보로 대출을 했던 대출자들이 대출금 원금과 이자상환을 할 수 없게 되자 서브프라임 위기가 시작됐다. 집을 팔려고 시장에 내놓자 매물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2008년 당시 수백만 채의 집이 매물로 나오면서 6개월 만에 집값이 반 토막 났다. 결국 시장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 자금이 거대한 거품을 만들었고, 마침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더불어 금융위기로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2008년 가을, 서브프라임 사태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은행 5개가 줄줄이 망했다. 보통 회사의 부채비율이 200~300%를  넘으면 위험한 회사라고 하는데 이들 회사는 2000~3000%였다. 부시 대통령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며 급한 불은 껐다. 부시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구제금융 법안을 중심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앞으로 미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오바마 정권은 대규모 지출 확대 정책을 폈다.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와 의료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집권 후 3년간 세수는 55~60임에도 지출은 100이었다. 미국의 국가 채무는 그리스보다 약간 낮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달러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앞으로 20년 안에 달러는 기축통화의 역할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안고 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지출 축소 또는 증세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경기침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자들은 지금 그대로 1%의 완만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반면 비관적인 입장은 세수 증가, 지출 감소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세계 경제는 아주 어렵고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경제위기도 파장이 만만찮다. 우리나라의 국가성장률이 3%에 이르는데, 매우 잘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내수 확장은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투자를 많이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미국이 위기상황인데, 한국이 그래도 성장을 유지하는 비결은 미국 수출 의존도가 그리 높지 않지 않아서다. 금융위기 전에는 미국과의 수출 의존도가 20%를 넘다가 지난해 11%다. 중국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35%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자원과 기술을 가진 나라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것이며, 기술을 가진 대표적인 나라는 한국, 독일, 일본으로 생각한다. 국가의 경영은 기업의 경영, 가정의 경영과 비슷하다. 수입 보다 과다한 규모의 지출을 계속한다면 수년 이내에 파산하거나 상당한 위험을 겪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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