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언어 보존 사례 분석을 통한 제주어 보전방안

▲ 양창용(영어교육과 교수)

제주어는 제주인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 자산이다. 그러므로 제주어를 보존하고 이를 전승하는 것은 제주 문화, 전통 계승과 직접 연결된다. 하지만 최근 제주어를 사용하는 환경이 축소되어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외국의 소멸위기 언어 보존 및 교육 현황 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제주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제공하고자 한다.
 
2010년 제주어가 유네스코에 의해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됨으로써 제주어의 독자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제주어의 독자적 가치 인정은 곧 제주 문화 정체성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제주어를 보존하는 것은 제주문화 보존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논의의 전개를 위해 소멸위기 언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자. 언어는 언어 사용자들이 더 이상 해당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때, 의사소통 상황에서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할 때 소멸의 위기에 처한다. 더 나아가 새로운 화자들에 의해 세대 간 전승이 이뤄지지 않을 때 그 언어는 사멸의 길을 걷게 된다.
 
언어 보존을 위해 유네스코가 제시한 사라져가는 언어를 판단하는 기준을 살펴보는 것은 본 논의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유네스코는 몇 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세대 간 언어 전승 정도,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의 수, 전체 인구 중에서 해당 언어를 구사하는 화자의 비율, 현재 소멸위기 언어를 사용하는 범위 또는 분야의 정도, 미디어의 반응 정도 등의 기초 자료를 중심으로 한다. 다음으로 언어 교육을 위한 자료와 읽기 자료의 이용 정도, 정부의 언어 정책, 지역 사회가 해당 언어에 대해 갖는 태도 등을 포괄적 자료로 고려한다.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전 세계의 소멸위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함으로써 사라지는 언어에 대한 자료화(documentation)를 폭넓게 구축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들 언어 사용을 활성화(revitalization)해 나가기 위한 교육과 전승에 노력하고 있다.
 
자료화는 다양한 기술 매체를 활용하여 한 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다양한 양상을 수집(collecting), 녹음(recording), 분석(analyzing), 그리고 기록/보관 (archiving)하는 복합적 과정이다.
 
자료화는 단순히 보존(preservation)이나 유지(sustaining)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언어 사용의 활성화를 위한 선행 작업이라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보존은 통조림이나 잼과 같이 아무런 변화 없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인데 반해, 언어 자료화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언어 사용과 관련된 다양한 생활 문화 양상을 수집, 기록 및 정리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활성화는 언어가 소극적으로 사용되는 상황에 변화를 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피시맨(Fishman)은 사려져 가는 언어 사용 뒤집기(reversing language shift) 즉 언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교육, 행정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의 사례 검토를 통해 제주어의 활성화를 위한 제안점을 살펴보자.  
 
우선, 제주어 자료화를 통해 제주어의 원형을 보존해 나가야 한다. 최근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은 방대한 자료의 수집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주기적으로 언어 현황 파악, 사용실태 조사, 사용자들의 태도 조사로 제주어 보존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제주어 집중 사용 지역 선정 및 전통 문화를 선정해야 한다. 피시맨(Fishman)은 가정과 공공장소에서 전통, 관습, 문화 활동 시에 사라져가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의 경우에 소멸위기 언어 중 하나인 아이리쉬어가 사용되는 특정 지역(갤탁트)을 보호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아이리쉬어 보존과 사용의 중심이 되고 있고 아이리쉬어에 대한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경우, 마을제 그리고 외부 사람들을 위한 전통 공연에서 오키나와어를 사용하여 문화 원형 보존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제주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크다 하겠다. 마을 행사를 비롯한 제주의 전통 행사에 제주어의 적극적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제주문화 원형을 보존하고 이와 함께 제주어가 사용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 차원에서도 제주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다음으로 제주어 교육 정책의 다변화가 요구된다. 미국 인디언 언어 교육 정책은 조기 교육에서 몰입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인디언이 거주하는 주(state)의 대학들에서 언어학자, 언어교육 전문가들이 대학 강좌, 주기적인 세미나, 학회 등을 열면서 언어 보존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 이들은 대학 및 연구소 등에서 인디언 언어 교육을 통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운영해 관련 교육 자격증을 수여한다. 아울러 대학, 학술세미나를 열면서 언어 교사들에게 교수 방법, 언어 지도의 실제 등을 개발하여 보급한다.
 
우리 제주대학교 등에서는 제주어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전문 강좌가 개설돼야 하고 양성된 제주어 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연구소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전문 강좌 등을 통한 제주어 교사 양성을 위해 체계적인 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 등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이수한 학습자들은 제주어 교사로서 더 나아가 지역 언어 전문가로 활동할 때 제주어 보존에 생명력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에 소멸위기 언어 보존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조기(유아) 교육, 몰입 교육, 이중 언어 교육 등을 실행할 수 있는 제주 특화 교육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효과적인 제주어 교육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례연구 등에서 소개된 교육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응용해야 한다.
 
또한 연구협력 체계구축을 위한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도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제기구(예, 유네스코, 스미소니언 연구소, 구글 등) 등에서 소멸위기언어 보존을 위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의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들은 국제 학회 등을 통해 타 소멸위기 언어 현황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소멸위기 언어 연구에 발맞추어 제주어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제주어의 존재와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여 나갈 수 있다.
 
또한 제주어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제주어 도제교육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인디언 언어 전문가인 버클리 대학교의 힌튼(Hinton) 교수가 개발하여 도입한 도제 교육 제도(Mater-Apprentice Program)는 성공적인 미국 인디언 언어 교육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어 보존을 위해서도 The Kaumatua라는 도제 교육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는 일정 지역(갤탁트)에서 아이리쉬어만을 사용하여 세대 간 자연스런 접촉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언어가 전승되고 있다. 제주어에 유창한 사람들이 도제 교육 제도에 참여함으로써 제주어의 원형을 보존과 언어 사용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언어 접촉은  제주도민의 제주어에 대한 의식 고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외에도 제주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행정의 다각적인 협조체제 구축 △제주어를 통한 제주의 정체성 정립 △일상생활에서 제주어 사용 강조 △ 제주어 현대화를 위한 노력 등이 요구된다.
 
소멸위기의 언어를 유지하거나, 그렇지 못하는 것은 외부인이 아닌 해당 지역사회 구성원들이다. 즉 이들 언어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유지되면서 강화되는지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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