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철/짐치독 대표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11월 26일까지 모두 10개의 강좌와 프레젠테이션 경연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됐습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다섯 식구가 누우면 꽉 차는 단칸방에 살았다. 학창시절에도 별다른 꿈이 없었다. 장래희망 조사 때 담임선생님이 ‘빈 칸은 안 된다’라고 말하자 ‘대통령’이라고 적었다가 친구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난 꼭 대통령이 되겠다’며 육군사관학교 지원을 꿈꾸자 자연스레 공부가 재미 있었다. 하위 7%에서 상위 0.7%의 성적으로 올라섰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육사 실기시험에 떨어지자 성적도 곤두박질 쳤다. 대학 입학 뒤 재수를 결심하다 학원비용을 벌기 위해 시작한 과외가 소문이 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때 출판한 것이 ‘숨마쿰라우데’라는 문제지였다.
 
작은 돌부리를 조심해야

하지만 불법과외 혐의로 검사에게 끌려가 모든 걸 잃었다. 빈털터리가 돼 1년여 만에 집으로 돌아온 날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덮었던 신문지에서 평생 잊지 못할 문구를 발견했다. ‘돌부리를 조심해라 작은 돌에 걸려서 넘어지는 사람은 있어도 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막상 우리가 산을 오르다 넘어지는 이유는 주먹만한 작은 돌멩이 때문이다. 그 돌멩이에 걸려 넘어져 놓고 핑계를 댄다. 이 산은 높아, 너무 험해, 그래서 오를 수가 없어. 그러면서 자신을 실패자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한 순간 경험하는 것은 작은 실수뿐이다. 그 실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해버리면 실패가 된다. 실수를 했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김치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군 복무 중이던 2008년 우연히 부대 안 도서관에서 신문 한쪽 면에 난  중국산 김치를 한국산으로 속여 판 사람들이 경찰에 적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부터다. 제대할 때까지 1년 여간 일과시간 후 취사병에게서 김치 담그는 방법을 배우고 인터넷을 이용해 김치 발효 유산균을 공부했다. 전역 후 2009년에 고향 광주의 작은 상가에 점포를 차리며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사업 시작 3개월 동안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작 5만 원어치를 판매한 게 전부였다. 3명의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야간에는 새벽 4시까지 대리운전을 한 뒤 좋은 배추를 사려고 아침 경매가 이뤄지는 새벽시장으로 곧바로 출근하는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았다. 주말이면 모교 동창회 등 여러 행사장을 닥치는 대로 찾아가 무턱대고 상 위에 김치를 올리는 방법으로 홍보에 나섰다.
 
창업 초기 김치 사업을 한다고 하니 모두가 ‘엉뚱하다, 미쳤다’라고 얘기했지만 실제 김치를 만들기 위해 동의보감을 번역하며 공부하고, 수만 포기의 김치를 담구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교도소에 갓김치 1톤을 납품하게 됐다. 하지만 그 해 겨울 지독한 폭설로 인해 갓김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수소문 끝에 여수에 내려가서 이미 다른 사람이 사기로 했던 갓김치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사정하다시피해서 재료를 구해 무사히 1톤을 납품할 수 있었다. 이렇게 2009년 김치 판매 첫해 연매출 5만원에 불과했던 회사가 지난해 유명호텔과 백화점에 김치를 납품하는 연매출 15억원의 회사가 됐다.  
 
성공의 비결은 항상 준비돼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도 김치랑 비슷한 거 같다. 김치를 담글 때 자신만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이에 맞게 김장을 하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담그고자 했던 김치도 없고 목표하는 김치도 없이 김치만 만드는 친구는 김장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김치 잘 담그는 비법은 내가 만들고 싶은 김치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채워 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99번 넘어져도 1번 일어났을 때 온 몸을 통해 흐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이러한 실패와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워싱턴 금융가 한복판에 ‘미쿡’이라는 김치 매장을 열었다. 최근에는 출근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김치볶음밥을 파는 사업 아이템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준비된 자만 얻을 수 있는 기회
 
대학시절에는 방학도 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토익점수도 없고 자격증도 없지만 명함이 몇 장 남아 있었다. 이 명함 몇 장이 20대를 대표해주는 졸업장이 됐다. 이 졸업장이 외국에 비싼 돈을 주고 가는 어학연수보다, 그 명문대학 졸업장 보다 더 뿌듯하고 행복하다. 대학시절 얻은 것은 토익점수 800점이 아니라 경험 800가지였다. 이 경험 800가지가 제 경험을 더 맛있고 탄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재료가 부족하다고 걱정 안했으면 한다. 지금, 갖고 있는 재료가 최고의 재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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