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출신 만학도 신재경씨

당당한 큰 키에 하얗게 샌 머리카락, 고집 센 눈을 가진 한 노인이 학생들이 빼곡히 찬 강의실 안으로 들어선다. 모두가 긴장하며 노트와 펜을 든 순간 노인은 책상 뒤편에 앉아 태연히 교과서를 꺼낸다. 맙소사, 학생이란다.
 
올해 중어중문학과 학생들과 교수들이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광경이 아닐까. 사람들은 흔히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신씨에게는 아마 ‘배움에는 끝이 없다’ 정도가 어울릴 듯하다.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할 나이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신재경(60, 중어중문학과 3학년 편입) 씨를 만났다.
 
“교수까지 지낸 사람이 어째서 대학교에 신입생으로 왔냐고요? 사람이 배우고 싶으면 학교를 가야지 어디를 가야합니까.”
 
단순히 중국을 알고 싶어서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대학을 다닌다는 신씨. 호탕하게 웃으면서 그는 덧붙였다.
 
“늘그막에 제주에서 편히 지내려고 왔더니, 제주에선 중국말을 할 줄 알아야 살겠더라고요. 그래서 중국어를 배우러 왔습니다."
 
신씨의 삶은 단어 그대로 ‘다양’했다. 한양대에서 공학을 공부해서 생산현장인 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했다. 결혼 후에는 일본 유학을 택했다.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친 93년부터 일본대학에서 전임강사로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 교토 소세이대학과 성미대에서의 21년간 교수생활을 마치고 다시 학생으로 변신했다.
 
교수라는 직업에 미련이 남을 법도 한데, 학생이 된 것이 마냥 즐거운 듯 그는 웃었다. 그 모습이 마치 새내기 신입생이 첫 강의를 기다리는 듯 했다.
 
“일본대학에서는 나처럼 늘그막에 대학을 다시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위 ‘사회인 대학생’이라 하는 그들이 제주에서는 생소할 법도 해요. 학생들을 평가하던 사람이 이제 다시 교수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게 무척 기대됩니다. 물론 제가 교수 출신이라고 학교를 시끄럽게 하진 않을겁니다.”
 
남들은 편안한 삶을 준비해야할 나이라 평하지만, 신재경씨에겐 아직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
 
“내가 60평생을 살아오면서 자랑할 거리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담배를 끊은 것. 두 번째는 일본 대학을 국비 장학생으로 다닌 것인데 이제 자랑거리를 세 가지로 늘리려고 해요. 학교를 다니면서 HSK 6급을 따려는 건데 조만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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