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글

▲ 강영훈(행정학과 교수ㆍ국제교류본부장)

필자는 1978년에 제주대학에 입학하였다. 당시 대학이 주는 캠퍼스의 낭만과 더불어 젊은이들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불협화음 시대의 현실적인 문제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자신에 대한 굴욕감과 패배감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고독을 사랑하지 못한 나는 깊은 자괴감에 자신을 찾을 수 없던 날들을 보내었으나 행정학과의 원로교수님을 찾아뵈면서 나의 인생은 다시 고독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게 되었다.

1985년 어느 날, 많은 고민 끝에 일본에서 지방자치를 공부하여 한국 현실에 많은 것을 접목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도일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유학의 길은 시작되었고 공부를 하면서 더욱더 학문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어 그 후 다시 호주와 미국에 유학을 감으로써 많은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야만 했다.

여기서부터는 필자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대학에 유학으로 와있는 600명의 학생들과 장단기 교환학생 또는 인턴 등으로 해외에 나가기를 희망하는, 혹은 현재 계획 중인 학생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외국어 습득과정을 즐겨라. 필자는 유학을 경험으로 영어, 일어는 할 수 있으나 현재 국제교류본부장을 하면서 가장 많은 필요성을 느낀 것이 중국어였다. 그래서 중국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필자가 얼마나 열심히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유학생이든 재학생이든 비교해 보길 바란다.  우선, 보통 아침 새벽 4시 반에 기상하여 운동을 시작하면서 KBS 중국어강좌를 듣고 6시가 되면 English pops를 매일 1시간씩 듣고 있다. 출퇴근시간에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하여 중국방송을 듣고 있으며, 심지어 주말에는 CCTV(중국국영방송)국제방송에 몰두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외국어가 내 몸을 떠나지 않도록 즐겨야만 배우면서 기억도 오래 남는 것 같다.
 
둘째, 많은 것을 생각하지마라. 필자가 처음 유학을 결정할 때는 당시 제주의 경제상황도 좋지 않았고 유학이 마치 온가족에게 빚을 지우고 큰짐을 떠안고 떠나는 사람처럼 몹시 괴로웠다. 유학생들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제주대학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는 만큼 어떻게 전공공부를 하고 나중에 어떻게 사회에 봉사할 것인가에만 신경 쓰고 연구에 매진하면 될 것 같다.
 
셋째, 그 나라의 문화를 맘껏 사랑하라. 처음에 일본에 도착하여 일본학생과 이야기기할 때는 항상 내가 배웠던 지식이 가치기준이 되어 배타적으로 문화를 보는 네거티브한 생활이 지속되면서 유학에 대한 정열이 식어가기 시작한 적도 있다. 항상 자기가 처해 있는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보며 우리 유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기 초에 재학생들이 하고 있는 동아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외국어 도우미 친구와도 함께 활동한다면 유학생활에 긍적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고독하다. 릴케는 현대인이 바쁘다는 것을 특징으로 꼽으면서, 마치 바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는 것처럼 자기만의 시간이 하나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자기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를 ‘고독한 시간’이라고 하였다. 혁명가인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현재 이루어질 수 없는 꿈 하나를 별처럼 품자, 가슴속의 별이 언젠가는 실현되기를 바라며 현실 속에서 분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 아니 젊음의 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학생들이여, 인생을 낭비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고, 유학이 자신을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명심하며 정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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