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관훈 지음『사회적 자본과 복지 거버넌스』도서출판 각 펴냄
인간이 섬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적은 자원을 가지고 영속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했다. 아울러 화산섬이라는 척박한 토지에 의한 빈약한 농업생산은 풍요로운 삶을 힘들게 하고, 저마다의 평등사회 지향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지역에서는 서로를 삼촌이나 조카 등과 같은 친인척 관계로 호칭하는 게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이같은 지역사회의 궨당문화는 제주사회를 다중적 네트워크 사회로 만드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고립된 섬이라는 제주도의 자연적, 지리적, 사회적 특성에 따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집안에 혼례나 장례를 비롯해서 관심사가 있을 때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서로 돕고 걱정하는 것이 관습화되는 등 모든 지역주민들을 결속시키는 강한 공동체 연결망을 형성한다. 이러한 공동체 연결망을 바탕으로 한 신뢰와 호혜의 네트워크는 개인주의와 기회주의로 가득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풀어나갈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학·사회복지학 박사인 진관훈 행정학과 겸임교수의 저서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는  이 시대 중요한 화두가 된 사회자본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떠들썩한지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신뢰 구축과 공동체문화 회복을 주제로 물적·인적 자본에 이은 사회적 자본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증진하는 것이 지역사회에서 왜 그토록 중요한 과제인지를 일깨우고 있다.
 
사회자본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과 기업, 정부 등 사회주체를 협력적인 관계로 연결하는 무형의 자본이다. 구성원들을 함께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신뢰와 규범, 사회생활의 네트워크로 정의할 수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트러스트(Trust)’와 로버트 퍼트남의 ‘민주주의 제대로 꾸려가기(Making Democracy Work)’가 출판된 후 학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진 교수가 사회적 자본의 확충과 복지거버넌스 구축을 과제로 제시한 것은 최근 제주 사회상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마을공동체가 발달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제주사회의 복지공동체는 점점 더 그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또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 추진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복지 문제로 복지격차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게 되어 도민통합의 새로운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회자본이 풍부한 국가는 교육·보건·치안·경제사회적 평등의 측면에서 훨씬 나은 모습을 보인다. 신뢰가 생산성과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개인과 집단 간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쉽고 법질서 위반으로 자신만 이득을 보려는 얌체 짓도 억제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 불신과 갈등이 비등한 제주지역 사회의 현실을 사회자본 이론에 입각해 심도 있게 분석했다. 또한 도민의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한 실천적 전략과 시민들 간의 수평적 신뢰 증진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문제는 비단 제주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장자유주의, 세계화, 개방화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자본의 확충과 복지거버넌스 구축이 복지공동체 회복과 지역사회복지 활성화를 위한 핵심과제로 떠오르게 됐다”고 말한다.
 
사회자본이야말로 경제성장, 민주화, 시민사회의 성숙과 복지사회 건설 등 널려 있는 문제들을 풀어줄 만병통치약이 된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사회자본에 대한 연구들은 미디어를 통한 사회자본 요소인 신뢰(trust), 규범(norm), 연계망(network)간의 관계와 영향까지 넓혀가고 있으며, 특히 민주주의 요소인 사회정치적 관심과 정치참여까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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