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의료봉사 체험기

▲ 안혜림(의학전문대학원 1)

의학전문대학원을 입학하기 전부터 고대했던 해외의료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 순간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 처음으로 한국을 떠나는 경험과 함께 의료봉사라는 뜻 깊은 활동을 할 수 있게 돼 뿌듯했다.
 
4시간 비행 끝에 비행기가 베트남에 착륙하고 부푼 기대를 안고 베트남 다낭 공항에 들어섰을 때였다. 기쁜 마음에 사진을 찍다가 알아들을 수 없는 베트남어로 공항에서의 촬영이 금지돼 있으니 찍은 사진을 지우라는 경고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공항과는 사뭇 다른 경직되고 살벌함까지 느껴지는 모습에서 ‘아, 내가 베트남에 왔구나.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하고 생각했다.
 
다음날 버스를 타고 우리가 봉사활동을 할 베트남 중부의 꽝찌성으로 향했다. 꽝찌성은 다낭에 비해 외지와의 교류가 적고 작년 태풍피해가 컸던 도시로, 많은 사람의 도움을 필요한 곳이었다. 꽝찌성 여린현 초등학교와 호아마이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으로 맡은 일은 아이들의 충치예방을 위한 불소도포였다. 한국에서 치과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사전교육을 받은 것을 되뇌이며 월요일부터 4일간 진행될 활동을 준비했다.
 
처음 불소도포를 할 아이와 눈을 마주쳤을 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과 아이가 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직전까지 품고 있던 기대를 넘어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베트남 아이들이 순하게 잘 따라줬고, 무사히 첫날의 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 불소도포를 하면서 보니 치아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유치뿐만 아니라 영구치까지 심하게 손상돼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충치예방에 대한 교육을 조금만 더 했더라면 평생 가져가야 할 치아를 잃는 일은 없었을텐데’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아이들의 치아건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 4일간 불소도포를 하며서 계속 반복되는 행위에 지치기도 했지만 지루함을 덜어줄 에피소드들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활동을 했다.
 
불소도포는 액체 불소를 입에 머금고 있다가 뱉은 후 남은 불소를 거즈로 깨끗이 입안을 닦는 활동이다. 신 맛이 나는 불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 힘들지만 꾹 참는 어린 아이들의 눈물고인 눈동자가 지금도 아른거린다. 가끔 아이들이 구토를 하기도 하는데, 당황하면서 미안해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다는 생각도 했다. 치아상태가 좋지 않아 남은 영구치가 3개만 있는 아이도 있었고, 닦는 도중에 생기는 작은 마찰에도 이전에 생긴 충치가 빠져 본의 아니게 발치와 지혈을 한 일도 있었다. 또 어떤 아이들은 머금고 있던 불소를 뱉으랬더니 내 얼굴에 침을 뱉어 당혹스러움을 안겨 주기도 했다. 불소도포를 한 400여명의 아이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웃으면서 기억할 추억을 만들어준 아이들 모두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제주대학교 해외의료봉사팀은 불소도포 이외에 내과,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진료를 보고 비타민과 구충제를 포함한 치료 약품을 나누어 주는 활동을 했다. 임상진료에 관한 지식이 많은 선배들은 진료를 보시는 교수님들을 보조하여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환자들을 살폈다. 궂은 날씨에 원활치 못한 통역과 많은 환자들을 대하면서도 찌푸림 하나 없는 교수님과 선배들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번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오고 난 뒤 다양한 나라를 방문하여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직접 의료 봉사단을 이끌고 여러 나라를 누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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