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욱 /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6월 10일까지 모두 10개의 강좌와 프레젠테이션 경연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제주사람들은 왜 친절하지 못할까. 그 답은 제주의 역사적 배경에 있다. 제주는 1105년 고려 숙종 때 탐라국이 일개의 군으로 편입되면서 변방의 설움과 한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삼별초의 난, 출륙금지령 등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남에게 친절을 베풀 여유가 없었다. 고려 시대에 몽고가 탐라총관부를 설치해 100년 가까이 제주를 통치했다. 탐라로 부임한 관리들은 한양에 다시 상륙하기 위해 힘겹게 살아가는 제주 백성들을 수탈하곤 했다.

◇국제자유도시가 성공하려면
 
제주도 개발과 관련한 역사는 1910년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제주항이라 불리는 산지항 개발계획이 맨 처음이다. 일제에 의한 산지항 개발은 제주를 개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중국 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군사 기지였다. 1930년대 일본은 본격적으로 제주도 개발계획을 만들었다. 항만, 비행, 도로 등 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개발공사가 시작됐다. 이어 제주도 개발계획이 최초로 문서화된 것은 1963년도다.
 
당시 제주항과 서귀포항을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하고 제주를 자유투자구역으로 만들자고 했다. 그때부터 4번에 걸쳐 국제자유도시가 추진되다가 취소되기를 반복했다. ‘홍콩을 따라잡을 수 없다’, ‘중국이 바로 옆에 있기에 안보상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그 이유였다. 본격적인 제주 개방의 역사가 채 50년이 안 된다. 하지만 국제자유도시가 된 이상 배타적이어서는 안 되고, 세상을 향해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 제주관광의 문제점으로는 크게 항공 접근성의 부족과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지 않은 사회시스템, 환경보존의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장거리 대형비행기가 착륙하기에 활주로 길이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공항이 시내권에 있어서 소음문제로 인해 야간 이착륙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제반 여건의 취약성으로 많은 관광객들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기종 대신 소형기종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로 가까운 동남아 지역만 보더라도 체인형 고급관광호텔이 즐비한데 제주에는 한 곳도 없다. 제주에 몇몇의 특급호텔이 있지만, 숙박시설도 국제도시 수준에 맞춰서 시설돼야 한다. 세 번째로 개발 이면에 환경 보존도 중요하다. 제주 지하수는 생명수다. 오염된 지하수를 바다로 흘러 내보내는 것도 문제이고, 다시 정화하려면 막대한 돈이 든다.

◇열린 태도 가져야 생존 가능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이 같은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제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제주도 기획관리실장으로 근무할 때인 17년 전 그렸던 청사진을 JDC 이사장이 되고 나서 실행에 옮기고 있다.
 
1998년 이후 우리나라에도 자유무역지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사람과 상품,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를 만들어보자는 여론이 일었다. 지정학적인 이점과 호텔과 골프장 등 휴양시설이 많다는 점,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는 특별한 법령과 제도가 용이하다는 판단으로 시작된 것이 국제자유도시다. 현재 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 관광미항개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조성 등의 주요사업과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외자유치가 제대로 성사된다면 제주관광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다.
 
제주도민의 취업은 물론 지역경제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다. 지역주민 우선 고용, 소득향상사업 지원 등을 통해 개발이익을 지역에 환원하겠다.
 
그러나 도내에 아무리 좋은 시설을 해놔도 제주도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변화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지역의 발전여부는 달라진다. 우리 모두가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폐쇄적인 사고를 버리고 열린 사고와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자기 영역만 최상이라는 자만심은 변화를 방해한다. 변화가 두려워 스스로를 고립시키면 발전이 없다. 여러 가지 문화가 공존하는 이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보존과 시대 변화를 적절하게 조화시킬 때 융성한 나라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 변화는 보존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중국 진시황은 2000년 전에 외부를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고, 로마는 길을 닦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은 3대도 못가서 망했지만 로마는 1000년을 갔다.      개방과 폐쇄의 차이다.
 
남을 존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유럽의 다른 민족보다 머리도 나쁘고 체력도 약하며 기술도 떨어지는 로마가 1000년의 역사를 이어간 것은 바로 ‘정신’이다.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좋은 정신을 접목해 노력을 해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무한한 영광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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