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는 실존주의의 선구자이면서 현대철학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철학자이다. 그는 젊은 시절 부친의 염원에 따라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신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당시 국교화된 덴마크의 기성 목회자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빗자 목회자의 길을 포기하고 철학자가 되었다.
 
그의 저술들은 종교인에게는 너무나 세속적으로 보였고, 철학자들에게는 너무나 종교적인 색채를 띄고 있었기에 그는 평생을 고독하게 보냈다. 사후 100여 년 동안 그의 저작들은 세간에서 잊혔으나, 20세기에 들어 틸리히, 하이데거, 가브리엘 마르셀 등에게 그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고 실존주의의 선구자로서 존중받게 되었다.
 
하이데거는 키르케고르를 “당시대의 분위기에 조응하는 유일한 종교적 저술가”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실존주의는 여러 가지 의미로 정의될 수 있겠지만, ‘상황에서 고찰하는 것’, ‘지금 여기라는 구체적인 현재’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철학에서 드러나는 현대성의 첫 번째 특징은 ‘개별성’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불안의 개념』이 두 가지 특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키르케고르는 이 책에서 현대인이 가진 정신적인 특성을 ‘불안’으로 통찰하고 이러한 불안을 한 개별자가 지닌 가장 깊은 인간조건처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별자에게 가장 근원적으로 진리인 것은 모든 인류에게 역시 진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진리이다. 현대 정신의학과 정신분석학에서는 모든 노이로제나 정신병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 불안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이 가진 불안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에 따라 불안증, 강박증, 히스테리 신경증, 공포증, 정신체증 등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불안이 극도로 심해지면 인격이 파괴되고 마침내 정신분열증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실존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현대의 정신분석학은 일종의 현상학이며 기술과학이다.
 
불안은 인간존재의 근원적인 문제 즉, 존재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현상을 기술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즉 키르케고르는 인간을 충동과 메커니즘으로 환원시키지 않고 실존적 존재 자체로서 바라보는 것이다. 미국의 정신분석자인 롤로 메이는 이러한 사정을 “프로이트는 불안에 관하여 알았고 키에르케고어는 불안 자체를 알았다”라고 요약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키르케고르는 모든 불안한 현상들의 근원이 되는 인간존재의 지반 자체를 곧 불안으로 본 것이다.
 
이러한 불안은 ‘비존재(non-being)’의 불안이라고 하기도 하고, 무(無)에 대한 불안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은 삶에 대한 투쟁으로서의 불안이기도 한데, 상실에 대한 불안, 죽음에 대한 불안 혹은 일생동안 무가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불안이다.
 
이러한 불안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키르케고르는‘자유’라고 말하고 있다. 불안은 자유를 획득하기 이전에 자유의 가능성으로서의 ‘현기증’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창조하거나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할 때 체험하게 되는 그러한 불안이다. 즉 인간은 자유가 가능한 존재이고 창조가 가능한 존재이기에 불안한 존재인 것이다.
 
키르케고르는 이 책에 「원죄라는 교의학적 문제에 관한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단순한 연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는 이 책이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사상을 인간학적인 관점에서 현대적으로 해명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진리, 현대인들의 근원적인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한권의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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