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열환경 지수(Human thermal sensation)를 이용한 조경계획 및 디자인

▲ 박수국 (원예환경전공 교수)

한여름 뜨거운 태양빛에 갈증이 나면 나무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고, 살을 에일듯한 바람이 부는 겨울날에는 삼삼오오 모여 부는 바람 덜 맞고 볕이 좋은 공터에서  추운줄도 모르고 뛰어놀았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추억’이라 포장하기에도 거추장스러울만큼 일상적인 것이리라. 우리는 본능적으로, 열환경에 적응하고 몸이 쾌적성을 감지하여 적당한 공간을 찾아 이용할 수 있는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외부요소들이 공간을 열환경적으로 쾌적하게 또는 불쾌하게 만드는 것일까? 여기에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과 그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적인 요소들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시공간을 예로 든다면, 도시공간은 보통 이차원적인 지표면을 중심으로 삼차원인 건물 및 인공 구조물과 수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적인 요소들로는 기온, 습도, 풍속, 태양 복사에너지(solar radiation or shortwave radiation), 지구 복사에너지(terrestrial radiation or longwave radiation)가 있다.

◇인간 에너지 균형 모델
 
이 기후적인 요소들의 영향을 받은 도시공간과 인간의 신체와의 열환경적 에너지 흐름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모델을 인간 에너지 균형 모델(human energy balance model) 또는 인간 열 교환 모델(human thermal exchange model)이라고 부른다. 이 모델은 인체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공간과의 에너지 흐름을 잠열(latent heat flux density), 현열(sensible heat flux density), 태양 및 지구 복사에너지양으로 정량적으로 계산하여, 열생리적(thermo-physiological)으로 인체가 느끼게 되는 열환경 지수(human thermal sensation)를 파악하는 것이다.
 
열환경 지수는 보통 매우 추움, 추움, 쌀쌀함, 중간, 따뜻함, 더움, 매우 더움으로 구분되어 진다. 잠열은 인체와 주위 환경과의 습도의 차이로 발생된다. 인체에서 배출되는 땀이나 습기가 증발하면서, 인체표면이 가지고 있는 열을 증발할 때 필요한 에너지로 이용하는 것으로, 여름철 세수를 한 뒤 시원한 느낌을 받는 것도 잠열이 신체에서 주위 환경으로 이동되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현열은 인체와 주위 환경과의 온도차이로 발생하며, 에너지 보존 법칙의 영향으로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에너지가 이동되는 현상이다. 풍속은 잠열과 현열의 이동에 영향을 미치며, 풍속이 강할수록 두 에너지 흐름들이 빠르게 발생된다.
 
태양 복사에너지는 태양직사광선(direct beam solar radiation), 하늘에 분사된 태양분사광선(diffuse beam solar radiation), 건물 벽이나 수목, 지표면에 반사되어 오는 태양반사광선(reflected solar radiation)이 있다. 여기에서 태양직사광선이 가장 큰 양을 차지하며, 나무그늘이나 건물의 그림자인 음지에 들어갔을 때, 인체가 태양직사광선을 받지 않아 양지보다 훨씬 시원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때, 근접하게 위치한 양지와 음지의 기온차는 실제 없으며, 인체에 흡수되는 태양 복사에너지양에 의해, 느껴지는 열생리적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지구 복사에너지는 하늘, 건물 벽, 수목, 지표면 등 모든 지구상의 물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이며, 인체에서도 주위 공간으로 방출된다. 도시열섬현상(urban heat island)을 발생시키는 주원인이 이 지구 복사에너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에너지의 흐름을 정량적으로 계산한 결과, 인체로 유입되는 에너지양이 외부로 누출되는 에너지양보다 더 많으면 인체는 ‘따뜻하다’거나 ‘덥다’라는 열생리적 반응을 나타내게 되며,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쌀쌀하다’거나 ‘춥다’는 반응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살아온 기후대와 문화적인 환경에 의해 형성된 심리적 요인들과 합쳐져 각 지역에 해당되는 인간 열쾌적성(human thermal comfort)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된다.
 
그 도출된 결과는 도시계획/디자인, 조경계획/디자인, 관광산업을 위한 기후(tourism climatology) 분석, 도시열섬(urban heat island) 해소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 가능하다.
 
조경 공간을 계획하고 디자인하는 단계에서 크게 미적인 면과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게 된다. 미적인 면은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들의 배치와 수목의 크기, 형태, 색과 질감을 고려하여 경관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기능적인 면은 그 공간의 활용 목적에 맞춰 공간 구성, 동선 연결, 시설 배치, 생태적 연결성 등을 고려하여, 이용하는데 편리성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에 도시열섬(urban heat island)이나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으로 인해, (도시)기후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조경계획이나 디자인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들이 수반되고 있다.

◇조경계획에 적용 되는 기후적 요소
 
현재 이와 관련해서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은 크게 도시열섬현상, 바람길, 수목 및 인공적 재료들에 의한 기온 및 기후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 열쾌적성 연구 등으로 나눌 수 있겠으나, 실제적으로 조경계획이나 디자인에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기후적인 요소를 조경계획이나 디자인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 지역의 스케일(scale)을 고려해야 한다. 도시계획에서와 같은 큰 공간에서는 분석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분석 단위가 좀 더 큰 중기후(meso-climate, 수백m~수십km)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지만(예: 도시기후도), 그보다 스케일이 작은 일반적인 조경계획에서는 다양한 구성형태들의 분포 밀도를 고려하여 미기후(micro-climate, 1m~수십m)를 기준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분석해야 한다.
 
특히, 조경공간 안에서의 에너지 흐름은 이용자인 인간을 기준으로,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함으로써 기후적으로 쾌적한 조경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
 
복잡한 도시공간에서 열환경 지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간을 삼차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특히, 태양 및 지구 복사에너지양 분석을 위해 태양직사광선이 미치는 양지와 음지로 나누어 건물 벽, 수목, 지표면이 차지하는 공간적 점유율 분석(view factor analysis)을 하여야 하며, 하늘이 차지하는 공간적 점유율(sky view factor), 분석지점에 태양직사광선은 미치는지, 둘러싸고 있는 공간(건물, 지표면 등)을 이루고 있는 재료는 무엇인지, 거기에 따른 태양 복사에너지 반사율(albedo)은 얼마인지, 수목인 경우에 태양 복사에너지 반사율과 투과율(transmissivity)은 얼마인지 등이 분석되어져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위해, 요즘에는 삼차원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많이 이용되어 지고 있으며(예: ENVI-met, RayMan, Human-urban radiation exchange simulation model), 그 열환경 지수 결과들을 토대로 인간 생명기후지도(human bioclimatic map)를 제작하여 도시개발계획 및 조경계획에 이용할 수 있다(그림 1과 2 참조). 또한, 분석된 결과를 바탕으로 적합한 열환경 지수를 위해 문제시되는 재료들의 구성과 반사율, 투과율 등을 변환시킴으로써 좀 더 나은 열환경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조경 식재계획에서 태양 및 지구 복사에너지와 바람에 위한 잠열 및 현열을 잘 조절함으로써, 식재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쾌적한 열환경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방법을 이용하면, 식재공간(정원, 가로수, 근린/국립공원 등)이 도시 열섬 및 도시 미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파악 가능함으로서, 향후 도시계획 내 식재공간의 배치 및 규모에 대한 지침을 마련할 수 있어 쾌적하고 삶의 질이 높은 도시공간을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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