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 / 공인회계사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6월 10일까지 모두 10개의 강좌와 프레젠테이션 경연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취업을 위해서는 기업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짧은 면접시간 동안 지원자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출신학교를 본다. 학창시절 자신에게 주어졌던 걸 충실히 했다는 증거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기업들을 탓하고만 있기엔 환경이 내 뜻대로 안 바뀐다. 환경에 적응하는 게 맞는 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택하라.
 
나 역시 세무대학을 졸업하고, 학벌에 밀려서 원래 가고 싶었던 A회계법인에 입사하지 못했다. 결국 차선으로 선택한 곳이 재정상황이 불안정한 B회사였다. 그런데 2년 후 당당히 A회사에 입사했다. B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강의를 나가게 됐고, 여기에 충실히 임했다. 그러던 중 A회사에서 경력직으로 강의경험이 있는 인력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회였다. 결국 불가능해 보였던 A회사 입사에 성공했다.

◇첫 문턱이 높다면 경력직을 노려라
 
현실적으로 당장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직행하기 어렵다면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정말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있는데 너무 벽이 높다면 같은 분야에 있는 작은 회사, 협력회사를 택하라. 기업은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경력사원도 뽑는다. 경력사원의 경우는 지방대 출신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대학 졸업장은 바꾸지 못한다.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경력이다. 경력직 선발은 스펙을 보지 않고 경력 그 자체를 본다. 남들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베스트셀러가 된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도 이런 생각에서 탄생했다. 
 
서울 대형 회계법인에는 너무나 뛰어난 회계사들이 많았다. 사실 대형 회계법인에서 성공할 자신이 별로 없었고, 직장인보다는 사업가의 기질이 더 있어 보였다. 그래서 2002년 말에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어디에서 개업을 할까 장소를 찾았다. 당시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가 한창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높았다. 전혀 연고가 없는 제주에 회계사무소를 차렸지만 곧 ‘괸당’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뒤늦게 여기저기 모임에 합류하려 했으나 수십 개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오히려 술값과 골프 라운딩 비용 때문에 고객이 늘어도 더 손해였다. 한번은 아주 친밀하게 지내던 우량고객이 ‘고종사촌이 고향에서 회계사무소를 차렸다’며 거래처를 바꾼 것이다. 분명 그 조카보다는 내가 경험도 많고 서비스의 질도 높았다. 하지만 고객은 ‘괸당’이 우선순위였다. 고객은 회계사는 모두 똑같은 회계전문가라고 생각했고 사실 회계서비스의 질을 구분할 능력도 없었다.
 
이것은 대형회계법인도 마찬가지다. 회계법인 마다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한다고 말하지만 고객의 말을 들어보면 회계법인간에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차별성이 없다는 것은 존재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회계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리타분하거나 어렵고 복잡한 것, 혹은 같은 일을 반복하는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나눠 먹고 살아야 행복해진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이 불편한 것을 해결해주면서 시작되니까 회계를 어렵고 재미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 그것은 큰 기회였다. 그래서 택한 다른 방법이 바로 쉽고 재미있게 회계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기존에 출간된 회계 분야 책들은 어려웠다. 그래서 소설로 회계의 원리를 쉽게 풀어썼다. 그렇게 나온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는 35만권이 팔리며 소위 ‘대박’을 쳤다. 책이 대박이 난 이유는 남들이 안한 걸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목표달성을 이루는데 도움을 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런 목표 달성에 가장 좋은 방법은 컨설팅보다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많은 회계사들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돈을 버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은 소홀한 것 같다.
 
회계사 본연의 업무도 재미있고 보람 있지만 나 자신의 성공에 머문다는 한계가 있다. 고객의 성공에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고객의 수가 한정 돼 있다. 그래서 강의를 시작했다. 몸은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강의를 받은 사람들 중에서 단 한사람이라도 인생이 바뀐다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꿈을 꾸자. 혼자만 행복해서는 안 된다. 회계사로서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세상도 아름답게 만드는 게 꿈이다. 내가 책을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직업은 수단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 꿈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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