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감수성을 기다렸다. 뭔가 대학생다운 발랄함과 상상력도 기다렸다. 스마트폰의 숲에서 허우적대는 이 현실 속에서 그러한 기다림은 어쩌면 헛된 것은 아닐까. 장맛비 속에 거미줄의 집에 얽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미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올해 서른두해를 맞는 백록문학상의 젊은 응모작들을 읽어나갔다.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편 수였다. 한번
아버지 손에 달랑달랑 매달려 다녀온 오일장에서, 개구리참외를 사고 돌아온 밤, 나는 급체를 했다 명치끝에 옹송그린 내 굶주림의 증거를 훑어내려고 어머니는 밤을 새었다, 손가락 끝을 따보기도 하고 가스활명수인가도 내리 두 병을 마셔 보았지만 나는 더욱 돌돌 말아져 끙끙 앓을 뿐이었는데, 다음날 어머니의 등에 업혀 용하다는 보살 할머니 집에 당도하였고 나보다
응모작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응모작이 이처럼 늘었다는 것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백록문학상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일 터여서 반가웠다. 우선 문장력에 문제가 있거나 서사 구조가 엉성한 작품, 그리고 무의미한 수다로 의심되는 스토리를 남발하는 작품을 먼저 제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그리하여 다음의 5편이 본선에 올랐
문학상 수상 작품들을 읽고 그 뒤에 나온 수상소감도 여러 번 보았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어 쓰려고 하니 선뜻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제32회 백록문학상 당선작으로 뽑힌 나의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누군가 중요하게 여겨주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그리고 그것에 감사드리고 싶다. 수상소감에 요란스럽게 기쁨을 표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윤동주
꼬았던 왼쪽 다리를 다시 풀고 남자는 다시 반대쪽 다리를 꼬았다. 읽고 있던 책도 신물이 나서 집어 던져버린 남자는 삐딱한 자세로 앉아 시비를 걸듯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왼쪽 가슴에는 ‘점주 이선두’라는 명찰이 달려 있었다. 선두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내고 있는 유리문은 깨끗했다. 사람의 지문하나 묻어있지 않은 그야말로 깨끗하
현재 노후화와 공동화로 인해 도시환경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제주시 무근성, 칠성통, 산지천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구도심은 과거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뉴타운개발로 인해 지역사회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려는 희망과 역사적 문화적 가치의 손실을 염려하는 목소리로 인해 크고 작은 논란의 과정 속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이 지역이 지닌 제주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 �(Michael J. Sandel)와 『닥치고 정� �(김어준), 두 책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당연히 그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필자가 철학 전공자도 아니고 정치학 전공자도 아니니 그 내용이 비교대상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최근 중국의 무협 소설가 김용(金庸)의 작품에 관해서 ‘문학의 아(雅)와 속(俗)의 관계&rsquo
1960년대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55세였으나, 2010년에는 80세가 넘어섰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강산이 두 번 반 바뀌니 우리의 평균수명은 1/3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에 출산율은 계속 떨어져서 60년대에는 한명의 어머니가 평균 5명 정도 아이를 낳았으나 이제는 1명을 간신히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어떻게 보면 수명의 증가로 많은 사람
해마다 2월이면 일본에서는 독도와 관련한 망언을 쏟아낸다. 우리 영해의 독도에 대해서 일본은 시마네현 ‘다케시마’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독도에 대한 권리 주장이 결국 일본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일본 내의 반응은 즉각적이기까지 하다. 심지어는 일본 국회의원이 독도를 방문하겠다고 하여 외교적인 문제로 불거지기도 하였다.
‘통신사(通信使)’는 조선시대에 일본으로 파견된 외교 사절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은 건국 이후 사대교린(事大交隣)을 외교정책으로 정하였다. 큰 나라는 섬기고, 그 밖의 이웃 나라와는 평등한 교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 주위에서 사대의 대상인 중국을 제외하고 나라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일본뿐이었다. 그러니까 교린의 대상은 일본밖에
오늘도 아침 6시에 기상해서 8시에 연구실로 출근을 했다. 매일매일이 그렇듯이 책상 앞에 앉아서 가장 먼저 시간 계획을 세워본다. 8-10시: 논문 작성, 10-12시: 강의 준비…. 나는 2004년 3월에 처음으로 이 책의 독서를 끝냈고, 2005년 9월에 두번째로 읽었으며, 2012년 3월에 다시 책을 잡았다. ‘류비세프는 인간이
우리 학교에서도 IT분야의 학생들이 1000페이지에 달하는 스티브잡스의 전기를 구입해 들고 다닌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소식은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어 세상에 퍼졌고 많은 이들이 그가 이뤄왔던 것들을 조명하며 그를 진정으로 추모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과연 그렇게 주목을 받을만한 사람인가의 논란은 중요하지 않다. 애플과 맥,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앞서 스티브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소비자욕구가 다양해지고 교통·통신수단과 디지털기술이 발달하면서 방문판매·다단계판매 등 특수거래가 발달하고 있다. 특수거래는 점포에 가지 않고 물건을 구매하거나 영업장소의 제약 없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격적 판매방식을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구매를 강요하거나 기만적 판매방법으로 소비자
제주출신 영문학자 양영수의 신작 『세계 속의 제주신화』가 새로 나왔다. 그의 전작이 『D. H. 로렌스 문학의 해부』, 『영문학의 원류를 찾아서』, 『산업사회와 영국소설』인 점을 감안한다면 조금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책들 대부분이 국문학자나 민속학자에 의해 쓰인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 책을 내면서 했을 저자의 고민도 만만치
나는 83년부터 제주대학교에 근무하며, 교수 본연의 업무인 연구, 교육, 봉사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올해는 안식년을 맞아 서울대학교에 초빙교수로 와서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여유있게 보내게 되었다. 돌아보면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온 나의 삶을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다. 더구나 나에게 배우고 졸업한 제자들이 사회의 이곳저곳에서 자신의 목표를 향
십수 년 전, TV의 프로그램 중 ‘인생극장’이라는 인기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두 개의 상반된 해결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한 사람의 의사결정이 그의 향후 인생을 좌우한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교육, 청년실업, 주택문제, 세계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
1. 여가란 무엇인가? # 이야기 1 두 농부가 있었다. 가을 수확기에 이웃인 두 농부 중 한 농부는 쉬지 않고 벼를 베었고, 다른 농부는 쉬엄쉬엄 벼를 베었다. 그런데 나중에 끝나고 보니 쉬엄쉬엄 일한 농부가 벤 벼가 훨씬 더 많은 게 아닌가! 열심히 벼를 벤 농부가 물었다. “어찌 자네는 나보다 쉬기도 많이 하면서 더 많은 벼를 베었는가?&r
1. 이 글은 통일한국시대의 제주특별자치도의 역할과 위상 정립을 세계 5개의 섬 지역 사례 연구를 통해 그 방안을 찾고 제시하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2006년 7월 1일 특별자치도가 도민의 기대 속에 출범하여 이제 5년을 넘어섰지만 헌법적으로 특별자치도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명시하지도 않았고 차별화된 권한도 없어서 특별자치도로서 특별의 위상도 자치의
기존의 학자들이 현대성에 주목하면서 공적 영역의 변화를 다루어왔던 반면 앤서니 기든스는 친밀성 등의 사적 영역을 다룬 흔치 않은 학자이다. 사랑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내놓은 울리히 백의 경우도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 종교처럼 숭상되고 있으면서도 이성간의 잦은 다툼, 이별, 가족의 해체 등의 현상에 주목한 바 있다. 이러한 핵가족 해체 현상에서 더 나아가 앤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는 지금, 우리대학 평생교육원(원장 안성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강좌들을 개설해 제주지역 평생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평생교육원에 어떤 이색강좌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잡고 있는지 한번 파헤쳐 보자. <편집자주>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 직원들. 이렇듯 오랫동안 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