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이해 역량있는 청년작가를 발굴하기 위해제44회 백록문학상을 다음과 같이 공모합니다.학생들의 많은 참여바랍니다.1. 응모자격 : 제주대학교 학부 재학생 및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생2. 응모분야 : 시(1인 5편 이상) 또는 소설(1인 1편)3. 접수마감일시 : 2024년 6월 3일(월) 18:00까지4. 접수장소 : 신문방송출판부 행정실(대학원동 우체국 3층) * 백록문학상 응모시 출력 원고를 현장 접수하며, 반드시 원본파일을 E-mail : press@jejunu.ac.kr로 제출해야 합니다. * 원본파일
요즘 폭염경보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휴대전화가 울린다. 그날도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던 무더운 날이었다. 나는 길을 걷다가 은행 앞에 붙여진 ‘무더위 쉼터’라는 팻말을 보았고,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엔 몇몇 사람들이 대기석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은행 직원 옆 번호표 기계가 잠잠한 거 보니 모두 나처럼 더위를 피해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땀과 몸을 식히며 나는 무심코 이런 ‘무더위 쉼터’ 같은 소설을 적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를 괴롭히는 무언가를 직접 물리쳐줄 수는 없지만, 그것에서 잠시 벗
이번 응모작은 모두 9편이었다. 응모작 중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세 편 정도였다. ‘온평에서 만나’, ‘퍼즐로 만든 집’, ‘치초의 여름 수영’은 이야기를 끝까지 진행하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퍼즐로 만든 집’은 기억과 이룰 수 없는 욕망 등을 ‘퍼즐’이라는 상징을 통해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였다. ‘치초의 여름 수영’은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불교를 배면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문장의 기본기가 갖추어졌고, 이야기의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두 편을 놓고 오랜 고민을 했다. ‘퍼즐로 만든 집’이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잡을 줄
퇴고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유성 A의 초고는 중학교 2학년 때 쓰였습니다. 그런 시가 몇 번의 퇴고 끝에 6년이 지나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글을 퇴고하다 보면 과거의 나와 동료가 된 기분이 듭니다.는 고통을 겪고 있는 타인을 이해하고 싶단 마음으로 썼습니다. 이 시에서 성층권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게 막는 존재입니다. 떨어지는 유성들은 A라고 칭해지는 불특정한 사람들의 고통입니다. 시의 화자는 성층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를 떠납니다. 몰이해에서 벗어나 이해하기 위
책장에 제대로 된 시집 한 권 소장한 적 없었던 내가 시를 끄적이기 시작한 건 3년 전. 지금처럼 볼을 달구는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첫 시는 발설하지 못하고 속에 남겨둔 말들을 이리저리 엮은 감정의 찌꺼기 같았다. 그 뒤에 쓴 시들도 좀처럼 햇볕에 바짝 말린 빨래처럼 보송하지 못했다. 비 오는 날 고인 웅덩이에 바지 밑단이 젖은 듯 눅눅하고 습하기만 해 당황스러웠다. 그 탓에 내가 쓴 시를 누군가에게 보이는 건 껄끄러운 일이었다. ‘이런 시에 누가 위로받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새벽 우연히 한 TV 프로그램을 보았다
예년에 비해 응모자 수가 적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눈에 띄는 작품들이 많이 있어서 당선작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심사숙고 끝에 선정한 작품은 강민주(국어국문학과 3학년)의 시 이다.이 작품은 사탕이 상징하는 바가 있어서 엄마와 ‘나’의 세대를 통한 감각적인 사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탕은 달콤한 것인데, 그러한 달콤한 세계에서 녹아드는 시간에 나도 엄마의 길을 따라갈 것 같은 예감이 적중한다. ‘나’가 제시하는 다른 견해는 “애꿎은 모래를 발로 차며” 저지를 당한다. 그러한 지점에서 오는 괴
오늘은 몇십 년 만에 온다는화려한 유성쇼의 날이다그날 밤하늘에는 유성들이 제빛을 내며 떨어져지구별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즐거워했다그에 반해 난 A라는 사람들의 우주복을 입고우주에 덩그러니 떠 있다A라는 유성이 뾰족하게 온몸을 파고든다성층권에서 부서져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뾰족한지 모른다화성도 금성도 다 A라는 유성이 얼마나 뾰족한지 아는데왜 지구인들만 모를까?그깟 성층권이 뭐라고유성체가 철과 니켈, 규소 광물로 구성됐다고 하는과학자들의 말은 믿지 않는다나 역시 산소와 탄소, 수소, 질소 등의 복합체는 아니니까 내게 영혼이 없다고 하
핼쑥한 여자의 얼굴에 푸르딩딩한 달빛이 스쳐 있다 툭툭 뼈가 도드라진 손가락 사이에서 소박한 구름이 떠오른다튼 입술 새에서도 긴 구름이 쏟아진다주섬주섬 부스럭 연갈색 앞치마 주머니 속을 여자의 손이 몇 번 휘적거리다 나온다주먹을 쥐었다 펼친 손에 막대 없는 오렌지 사탕이 올려져 있다비닐을 찢고 알을 꺼내어 입안에 우물거리자 여자가 그제야 힐끗 쳐다본다여자의 발은 모래에 닿아있고 내 발은 공중에서 배회한다여자는 오렌지 그네 나는 시금치 그네여자는 정지, 나는 몸을 좌우로 꼬아 그네 의자를 흔들흔들여자가 휘청거린다오래된 그네의 삐걱삐걱